[상업건축] 소격동 이태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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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발효 공간과 초록 색감으로 조리된, 식탁

글  박경철  /  사진  강민정


인사동 입구 길 건너 정곡 도서관을 향하는 길과 국립현대미술관 뒤쪽으로 자리한 종친부 한옥 건물 뒤쪽 작은 길, 평행의 두 길을 오래된 세탁소가 기점 돼 가로질러 골목의 한쪽은 덕성여중이 자리하고 반대쪽은 옹기종기 모인 한옥이 작은 동네를 이루고 있다.

종친부와 정곡도서관 길로 통하는 양쪽 입구는 기와집 세탁소와 조적식 벽돌 건물의 옷집이 두 길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듯 기로하고 있으며 그 길 가운데는 북쪽으로 향하는 막다른 골목이 하나 더 있다. 마치 크루와상 반죽이 겹겹이 쌓여 미로의 길처럼 보이듯.

이태리재는 로컬의 이태리음식 전문점으로 크루와상 반죽의 미로처럼 막다른 골목의 맨 끝에 위치한 한옥 건물이다. 레고를 조립하듯 만들어진 골목 공간의 작은 집들 사이에서 호기심 가득한 궁금함을 부르는 조형처럼 자리하고 오래된 나무와 초록색 배색은 이태리 시골의 어느 한곳에 온듯한 색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새롭게 수리한 이태리재의 재료는 신재와 구재의 섞임 속에서 그 건물의 형태를 보존할 수 있을 듯싶게 오래되고 낡은 집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햇볕과 비의 오랜 손길로 나무의 색이라 볼 수 없이 밝아진 부분의 곳곳들 또 수리할 수 없는 부재의 부식된 공간을 그대로 드러낸 주심도리(기둥상부에 위치해 서까래를 받는 부재)의 상부는 새롭게 보강된 신재와 어울려 집을 구성하고 물과 기름의 마블링처럼 그 자체로 형상적 그리고 시간적 소박한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마당에서 진입하는 초록 대청의 입구 2칸의 공간은 조리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어 출입하는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배치해 음식을 만드는 신뢰도를 높인 듯하다. 어쩌면 꽃미남 처럼 생긴 5명의 쉐프들이 조리하는 모습을 길가 대청 창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의도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공간은 음식을 만드는 2칸의 주방 공간과 음식을 먹는 3칸의 홀 공간으로 구성돼 있는데 두공간의 유기적 분할과 소통의 길목은 초록의 커튼이 조율하고 있다. 나무의 색감에 이질적 판이함이 카오스적 공간구성을 이끌어 상태를 가늠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천으로 구성된 초록의 분할은 이러한 급격한 단절을 극복해 준다. 결무늬 치는 초록의 분할은 천의 유동성이 단절과 유연함을 적당히 배분해 주방과 홀의 공간을 단연 눈에 띄는 색의 조화로 나누고 있다. 생명력 높은 초록의 감색은 오래된 고택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상큼하게 일으키며 나무를 상징하는 초록의 기운이 고목의 회상을 부르는 듯하다.


이태리재는 이국의 시골에서 로컬 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공간적 공감을 한국적으로 잘 만들었다. 초록의 생동감으로 입구를 장식하고 공간의 분할을 유기적으로 구분하며 식감의 정점을 초록 테이블로 마감했다. 공간의 요리를 오랜 발효의 재료와 더불어 초록의 상큼함으로 마무리한 식감의 기쁨을 상상하게 하는 설계자 쉐프의 눈썰미에 깊은 호감을 느낀다.


[월간한옥 17호] 상점건축 _이태리재 중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