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베이션]혜화1938 (Hyehwa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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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공간(고전의 공간(空間)과 팝아트의 공감(共感)

글 박경철 / 사진 강민정


대학로에서 혜화초등학교를 지나 회전 로터리의 왼쪽 안길에 있는 호텔 <혜화1938>은 일제강점기(1938) 때 만들어진 도시형 한옥으로 ‘ㄱ’자형 한옥이 몇 채 붙어 남아 있는 옛 공간을 활용해 젊은 전통건축가들이 만든 한옥형 호텔이다. 조영된 1938년에 의미를 두고 이름 붙인 <혜화1938>로는 종로구 성균관로16길 7에 자리해 있다.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입구에 자리한 나무는 그 배치와 나무의 형태에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입구에서 들어오면 왼쪽에 자리한 나무는 출입자의 동선을 약간 방해하며 거실로 들어오는 직선의 길을 살짝 돌아서 출입하게 하는 의도적 배치임을 느낄 수 있다. 좁은 공간이지만 전통한옥의 배치구조에서 따온 곡선의 동선적 설정 같은 공감을 줬다.



특이하게 사무실로 쓰이는 한옥 창 앞 콘크리트로 마감된 툇마루의 구성은 쉽게 볼 수 없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그러나 회색질감의 쪽마루 상면의 색감은 마당의 돌과 안채의 기단 바닥에 있는 타일 등과 오묘하게 교통하는 분위기를 구성하며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의도적 설정 같았다.

근대와 현재 그리고 고전을 오가며 들어선 현관의 중앙에서 맞닥뜨리는 곳에는 천장 벽체 끝까지 핑크색 타일로 구성된 주방 공간이 있다. 한옥의 클래식한 분위기와 전혀 다른 색감의 배치는 대청을 들어선 필자의 눈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핑크색 타일로 구성된 주방의 싱크대 공간은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의 팝아트 작품처럼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한옥의 중앙 공간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혀 어색하지 않고 고전의 공간에 현대적 팝의 색감이 시대적 공간 활용의 새로운 가치기준을 설정하는 느낌처럼.

중앙 거실의 오른쪽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큰 테이블이 중앙을 기준으로 소통의 공간을 조영했고 맞은편 벽에는 진녹색과 군청색이 섞였을 법한 채색의 벽에 소파가 있어 자연스럽게 테이블 공간의 일부로 녹아들어 조금은 쉴 수 있는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거실의 왼쪽은 객실로 원래의 건물 기둥에서 생각할 때 현대의 객실로 사용하기는 비좁은 느낌을 피할 수 없는 공간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건축가는 마당으로 향하는 기둥선의 앞쪽을 도출하는 과감한 시도로 협소한 공간을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특히 침대 발끝 선으로 도출된 공간을 데이베드처럼 구성함으로써 침실의 아늑함을 유지하고 데이베드 하부에 수납공간을 만들어 공간적 확장성을 만족시켰다.

또 마당 쪽으로 도출된 물리적 공간의 마감을 현대적 타일로 마무리함으로써 처음 조영된 한옥의 기본적 재료와 1970년대 가미된 타일 그리고 현대에서 사용되는 타일의 조화는 재료의 영속이 각각의 시대성을 반영하고 모던한 느낌과 팝아트적 느낌을 나란히 표현하는 오브제적 형상이다.



이 집의 정체성(identity)을 나타내는 타일의 시대적 배치와 활용 그리고 이질감은 전통에서 배어나오는 한옥의 깊은 베이스적 느낌에 감칠맛 나게 변화하는 화려한 음식상 같은 느낌이다.

<혜화1938>은 참우리건축사무소에서 설계 참우리건축협동조합에서 시공했으며 한옥살림에서 공간기획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위치 : 서울시 종로구

건축 기획 및 설계 : 참우리건축사사무소

건축 시공 : 참우리건축협동조합

평수 : 대지 56평, 안채 16평, 행랑채 10평




월간한옥 20호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