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보살핌으로 완성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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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보살핌으로 완성되는 집 


은평 한옥 백세청풍 건축주 구자광


한옥을 짓는데 필요한 모든 공정은 손으로 이루어진다. 한옥은 100% 맞춤 제작 집으로 건축주 입장에서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직접 지은 신축 한옥인 백세청풍에 살고 있는 이들 부부는 휴일에 누마루나 툇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기도 하고 직접 정원 손질을 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한옥에 사는 것은 지을 때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완성하는 집이라는 것을 하루하루 깨달으며 사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한옥에 사는 것은 지을 때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완성하는 집이라는 것을 하루하루 깨달으며 사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Q. 한옥을 짓고 또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요. 퇴직 후 살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적 저희 집이 농가형 한옥이었는데 가축을 키웠기 때문에 아궁이는 항상 쉴 새 없이 연기를 토해냈던 기억이 납니다. 고향하면 굴뚝의 연기가 생각나고 그 아련한 추억 때문에 전원주택에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퇴직 후 한옥에서 그림을 그리고 공예를 하면서 늙어 간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아내 또한 그림과 도예를 좋아하기 때문에 같은 취미 생활을 하면서 살기에는 한옥이 안성맞춤이라 뜻이 잘 맞았습니다.


Q. 직접 지은 한옥에 대한 애착이 있을 것 같아요.

나무로 만든 집, 특히 한옥을 너무나 사랑해 웬만한 수선과 관리는 내 손으로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릴 정도입니다. 가구 리폼에서 집에 안팎의 장식품은 거의 다 제가 만든 작품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집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살고 있던 집을 팔고 얼마간의 가진 돈을 가지고 한옥을 지으려고 할 때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건축비가 훨씬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갈등이 많았습니다.”


Q. 한옥 신축을 한 케이스인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살고 있던 집을 팔고 얼마간의 가진 돈을 가지고 한옥을 지으려고 할 때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건축비가 훨씬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갈등이 많았습니다. 웬만한 한옥은 양옥에 비해 건축비가 두 배 이상 비싸고 대충 짓는 건 우리 마음에 들지 않아 용납이 되지 않았는데 한옥 신축 지원금 제도가 있어 우리가 원하는 곳에서 시공할 수 있었습니다. 


Q. 한옥 신축 지원금에 대해 경험한 부분이 궁금해요.

저희 같은 경우 지원금은 8천만 원과 저리 융자 2천까지 받을 수 있는데 물론 얼마나 전통한옥에 가깝게 짓느냐에 따라 지원금 8천만 원에서 깎일 수도 있습니다. 저희 집은 돌출 창문과 받침 때문에 8백만 원이 깎여서 7천2백만 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내 집을 짓는데 서울시에서 지원금을 준다는 소리에 놀라워했는데 한옥은 모든 공정이 손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인건비가 비싸고 시공 기간이 오래 걸렸는데 이 모든 게 돈과 연관되었습니다. 


Q. 한옥이 그저 좋아서 살기로 마음먹은 것인데, 현실적으로 느끼는 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일련의 경험을 통해 한옥은 비쌀 수밖에 없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한옥 신축 지원금, 수선유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건 집이 많이 망가지기 전에 수선유지비가 지원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무의 특성을 알고 받아들여야 하며 아파트처럼 누가 관리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가꾸고 관리해야 합니다.”


Q. 한옥이 아파트와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한옥은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 속성도 까다로워 초보 한옥 건축주들이 살아가기에 힘이 들 수 있습니다. 나무의 특성을 알고 받아들여야 하며 아파트처럼 누가 관리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가꾸고 관리해야 합니다.


Q. 한옥에 살고 있는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한옥을 좋아한다고, 살고 싶다고 해서 짓게 되면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한옥에 대한 장, 단점을 알고, 불편함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며 그 불편함까지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한옥에서 살 준비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햇빛이 쨍쨍하거나 날씨가 좋으면 집 밖에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집안에서 어린아이를 보살피듯이 끊임없는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끊임없이 가꾸는 사람만이 한옥이 주는 아름다움과 선물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햇빛이 쨍쨍하거나 날씨가 좋으면 집 밖에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집안에서 어린아이를 보살피듯이 끊임없는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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