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한옥 레터 #46] 다시 한 번 피는 옷 '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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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재생 프로젝트가 불어넣은 공간 재생의 힘  

수의 / 담연 이혜순


 

월간한옥 N.35에서는 네 명의 한복 디자이너(이혜순, 이혜미, 김민정, 송혜미)가 참여한 전시 '사개(死開, 지고 피고)'를 앞두고, 이혜미 디자이너와 함께 전시 주제인 한복 '수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인터뷰 일부를 살펴보세요.


이번 전시는 어떻게 기획되었나요.


  • 올해 *윤달이 있어서 수의의 수요가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장례 문화도 많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상조 회사에서 제공하는 수의를 입혀 보내드리잖아요. 근데 본래 수의는 갓 태어난 아기 옷을 준비하는 부모 마음처럼, 죽음을 정성스레 준비하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문화적으로, 수의의 본래 모습을 탐구하고 해석하고자 했어요.


수의를 다루는 데 있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 수의를 만들어 보면 한복의 모든 구성을 알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저는 의식적인 부분에 집중해서 철학적으로 바라보고 싶었어요. 내가 죽었을 때, 어떤 모습이 좋을지 떠올려 보니 여러 겹으로 무겁게 가는 게 싫을 것 같았어요. 가장 예쁜 옷으로 한 벌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옷이 날개라고도 하잖아요. 그래서 저의 작품에 '날개'라는 부제를 달았어요.


전시 제목은 '사개(死開)'는 어떤 의미인가요.


  • ‘사개(死開)’가 죽을 사, 필 개자예요. 이승에서 지고 저승에서 다시 핀다는 의미죠. 저승에서 가장 예쁜 옷을 입고 새로 탄생한다는 뜻을 담고자 했어요. 중의적으로 사계(四季)라는 발음에서 네 명의 디자이너가 전통 소재를 활용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표현했어요. 소재의 다양한 모습도 볼 수 있어요.


대표적인 전통 소재로 모시와 명주가 있는데, 그 외에 또 어떤 소재를 사용하셨나요.


  • 저는 생고사라고 생명주를 짠 옷감으로 봄을 표현했어요. 문양이 있으면서 비치는 천이에요. 그리고 여름은 명주보다 얇고 빳빳한 노방, 가을은 옥사, 겨울은 명주로 표현했어요. 소재 원형의 가치를 보여주는 데에 집중하고자 색감을 자제했는데,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염색이라는 화학적 과정이 없어도 좋을 것 같았어요.


수의 / 담연 이혜순


전통 한복으로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 "한국의 아름다움은 선(線) 안에 형(形)과 색(色)이 모두 담겨있다."는 얘기에 영감을 받아서 '*소색'을 사용해 선과 형이 잘 드러나도록 했어요. 소색은 다른 색을 흡수하지 않고, 가공하지 않은 순수한 색으로 어떤 것과도 조화를 잘 이뤄요. 우리 한복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이에요.

이번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우리는 의식주에만 '짓는다'는 표현을 써요. '만든다'라는 개념과는 달라요. 기초가 튼튼해야 그 위로 쌓아 올라가는 과정이 이어질 수 있어요. 한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형태나 구조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변화와 흐름을 받아들여야 그 정체성이 존재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에 '한복'의 정체성과 형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