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한옥 레터 #30] 다음 세대에도 노포는 존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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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로 노가리 골목 ⓒ월간한옥 / 이경근


ㆍ노포의 유행, 보존의 가능성과 한계  


수많은 먹방과 맛집 프로그램 사이에서도 요즘 가장 떠오르는 건 단연 가수 성시경의 유투브 컨텐츠인 '먹을텐데'입니다. 이제 40대 중반인 성시경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그가 추천해주는 식당 대부분은 20년 이상의 업력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 그 이상으로 노포에 가깝습니다.


새롭고 세련된 식당이 계속 생겨나고 있음에도 노포의 유행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 역시 낡았지만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며 자연스러운 시간의 때가 묻어난 공간의 가치가 드러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지난 4월에는 40년 역사의 OB베어가, 6월에는 37년간 서울 을지로에서 영업을 했던 대표적인 노포인 을지면옥이 2018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정 폐업하였습니다. 기약 없는 재회를 약속하고 있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공간의 체험은 다시 복원하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OB베어가 영업하던 자리에 남은 흔적들 ⓒ월간한옥 / 이경근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은 많습니다만 그럼에도 노포의 존립은 여전히 위태로워 보입니다. 노포의 가치를 바라보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아직 자본의 논리를 뛰어넘기는 힘든 것 같기도 합니다. 이대로라면 다음 세대에 노포는 과거 한때 존재했던 무용담 같은 이야기로만 남아버릴지도 모릅니다.


다음 세대에도 노포는 존재할 수 있을까요.


을지로 지하상가 LP전문점 ⓒ월간한옥 / 이경근

ㆍ단절의 심화, MZ세대라는 유행어  


요즘 MZ세대라는 말이 빈번하게 쓰이기 시작하면서 마치 하나의 유행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정확히 M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로 1980년대~2000년대생을 폭넓게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16세~31세 범위를 대상으로 쓰입니다.


MZ세대는 모바일이나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다든지 트렌드 적응력이 빠르고 소비를 통한 사회적 가치나 메세지를 전달한다는 특성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기성세대의 문화에 반하는 성향을 가진, 특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이들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MZ세대가 지칭하는 세대 구간에 있는 사람이 들었을 때 불쾌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구분 지음으로서 공통의 접점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요.


ㆍ묻지 못하는 세대와 콜 포비아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앱이 없던 시절에는 지도를 보거나 자동차 창밖에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 갔습니다. 배달 앱이 없던 시절에는 수화기를 들기 전에 주문 내용을 한 번쯤 되뇌이고 전화를 걸곤 했습니다. 모르는 일이 있으면 사수 혹은 동료, 누구든지 선생님이 될만한 사람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안에 길이 있고 식당이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모르는 걸 묻는 사람은 혼자서 해결할 수 있음에도 그렇지 못하는 게으른 사람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편리할수록 목적과 결과까지 가는 과정은 짧고 단순해집니다. 자연스럽게 경험은 적어지고 폭이 좁은 사람이 되어갑니다. 무엇보다 타인과의 교류가 줄어들게 됩니다.


콜 포비아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면에서 나아가 통화 자체가 불편해지는 것이죠. 전화로 중국 음식점에서 일하는 어른과 통화를 해야 했던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누구나 콜 포비아를 갖고 태어나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증후군이나 병이 아닌,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경험을 통해 극복되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묻지 못하는 세대는 자연스럽게 단절과 개인주의라는 불편한 시선을 받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연희동 경복상회, 『연희통신』, 김대홍, 이경근, 통신사, 2021


연희동에 위치한 경복상회는 쌀, 콩, 소금 등을 취급하는 작은 가게입니다. '경북상회'라는 이름으로 1960년에 영업을 시작하여 2020년 지금의 '경복상회'로 이름을 변경하였습니다. 2000년 무렵부터 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 현재 사장님은 어느덧 60세가 넘었습니다.


웬만한 식재료를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요즘, 온라인이나 마트가 아닌 동네 작은 상회를 이용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복상회는 인근에 위치한 보틀팩토리라는 젊은 가게와 협력하여 가게 상호와 간판 디자인을 바꾸고 세대의 변화에 맡게 소분 판매를 하며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며 새로운 고객의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스마트 기기나 시각적인 브랜딩과 디자인에 능숙합니다. 반면 기성세대는 오랜 경력과 경험으로 쌓인 노하우와 기술이 있습니다. 결국에는 양쪽 모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팀플레이가 필요합니다.



노포를 비롯해 LP, 필름카메라등디지털시대의중심에서 기성 세대의 유산과 아날로그문화를소비하는힘이 세대 간의 긍정적인 관계로 나아갈수있기를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