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한옥 레터 #50] 문화재 보호와 교류의 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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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한옥 뉴스레터 50호

  •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문화재
  • 문화재 반출, 어디까지 가능한가
  • 한국만 문화재 반출이 까다로울까?
  • 구속은 사랑의 반대말


  내꺼인 듯 내꺼아닌 내꺼 같은 너, 문화재  

나주사매기째깐한박물관 / 월간한옥


'문화재'의 어감은 어떤가요. 국보, 문화재로 지정된 귀한 물건이라든지 갖고 있으면 큰일 날 것 같기도 하며 쉽게 사고팔 수 없을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문화재의 가치는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은 누가 정하는 걸까요. 혹시 우리 집 어디 깊은 곳에 있는 것도 알고 보면 혹시 수억의 가치가 있는 문화재는 아닐지 궁금해집니다.


요즘은 중고품 거래 앱으로 그림부터 물건까지 다양한 골동품을 사고팝니다. 말이 골동품이지 사진이나 맨눈으로는 골동품인지 문화재인지 구분이 어렵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런 물건에 나름의 기대를 품고 수집하기도 하는데요. 티비 프로그램인 'TV쇼 진품명품'에서도 활약한 이상문 도예가는 유튜브 '이상문tv'를 통해 개인이 소유한 물건(주로 도자기)에 대해 감정을 하고 있습니다. 진짜가 아닌 물건에는 가치를 매기지 않지만,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물건에 대해서는 감정가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이 하이라이트죠.


문화재에 대한 가치 평가를 하고 가격을 매겨 사고팔 수 있는 이들을 문화재 매매업자라고 하며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문화재 매매업' 허가받은 이들만 합법적으로 문화재를 거래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류학, 미술사학, 민속한, 서지학, 전통공예학 등 문화재관리학 계통에서 정해진 만큼의 수업 이수나 학점이 필요하며 관련 업종 경력도 필요합니다. 문화재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대부분 높은 가격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과 신뢰가 굉장히 중요할 텐데요. 아쉽게도 간혹 뉴스에서는 허위로 가치를 평가하는 등 사기를 치는 이들도 있죠.


자본주의 경제에서 경제적 가치를 매기고, 체계가 잡히고, 사고파는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국내 문화재는 과정이 합법적이며 개인이 소유했을지라도 해외 반출이 쉽지 않다는 점 알고 계셨나요. 한국의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요즘, 문화재 반출법으로 인해 알맞은 값을 지불한 물건일지라도 해외로의 반출을 금지되고 있습니다. 무분별하고 불법적인 유출은 막아야겠지만 어느 정도 자유를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문화재 반출, 어디까지 가능한가  

우주 / 김환기, 1971, 코튼에 유채, 254 x 254 cm (2 panels), 환기재단∙환기미술관 소장

 

올해 초 한국 미술계 거장 김환기 작가의 ‘우주’라는 작품을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우주’는 김환기 작가의 대표작으로 뉴욕에서 활동했을 때 작업한 추상점화 중 가장 큰 규모의 작품인데요. 푸른색과 은빛의 오묘한 색의 조화와 더불어 19년도 홍콩 경매에 등장해 한국미술 역사상 최고가인 132억에 낙찰되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문제는 이 작품이 ‘일반동산문화재’로 분류될 경우 국제 교류 목적의 전시회와 같은 해외 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동산문화재’는 이동이 가능한 문화재로, 제작된 지 50년 이상의 상태가 양호하며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가치를 지닌 예술품(회화, 조각, 공예품)과 고고자료를 말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문화재 보호와 민족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문화재보호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문화재 보호법 제39조와 60조에서 문화재 반출과 관련된 내용을 명시하고 있는데요. 문화재가 무분별하게 국외로 반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문화재의 외국 판매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정(등록)문화재의 경우 전시 및 문화교류 등 특이사항에 해당할 경우에만 국가의 허가를 조건으로 일시적으로 반출할 수 있습니다. 다만, 비문화재나 ‘일반동산문화재’의 경우 허가를 받아 일시적 혹은 영구적인 반출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일반동산문화재’의 기준이 예술 업계의 실정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인데요. 일부 미술분야에선 생존한 작가의 작품이라도 50년이 지나 ‘일반동산문화재’로 분류될 경우 해외로 반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해당 법의 개선을 요구해 왔습니다. 수백 년 된 전통 회화도 아닌 현대 회화 작품이 제작된 지 5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법적인 제재가 가해진다면 예술품의 자유로운 수출입이 불가하다는 것이죠. 그 때문에 해당 법을 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저지하는 요소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문화재청은 문화재 국외반출제도는 지속해서 개선되어 왔으며 일반동산문화재의 경우 19년도에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해 국외반출대상을 확대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만 문화재 반출이 까다로울까?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 사진 루브르 박물관 홈페이지


그렇다면 다른 국가에서는 문화재 ‘반출’ 문제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요?


대부분의 국가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국의 문화재가 해외로 무분별하게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문화재 ‘수출금지’를 법에 명시하고 있는데요. 국보를 제외한 문화재의 경우 행정당국의 허가를 받아 전시나 문화 교류 목적으로 한 일시적 혹은 영구적 국외 반출이 가능합니다. 

 

일본은 국보를 제외한 중요문화재의 경우 문화 국제교류를 비롯한 예외적인 사안이 있을 때 일시적인 반출을 허가하고 있으며 중요문화재 이외의 유형문화재인 등록유형문화재는 한 달 전에 신고하면 수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베트남은 국가가 소유하는 유형문화재를 비롯한 유적과 골동품은 매매가 불가하며 개인소유 형태의 국보 귀중품은 국내 매매로 한정 지어 해외 유출을 막고 있습니다. 단, 개인 및 기타 소유권 형태의 유적 및 골동품은 법률 규정에 따라 수출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국보 이외의 문화재를 해외로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반출할 경우 행정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며 100년이 되지 않은 문화재는 20년의 갱신 기간 동안 인증서를 발급해야 합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개인 창작자로부터 비롯된 저작물이 문화재에 해당할 경우 저작자의 자율권을 존중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캐나다에서는 ‘문화재수출입법’을 제정해 수출 통제 리스트를 만들어서 국가유산의 수출입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제작된 지 100년 이상, 법적으로 지정한 시장가치에 해당하는 물품이 통제 리스트 대상이며 그 이외는 수출입이 가능합니다. 또한 물품이 만들어진 지 50년 미만이거나 창작자가 생존해 있는 경우, 특수한 사안이 아니라면 국가에서는 수출통제 목록에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구속은 사랑의 반대말  

달항아리 / 호주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소장 (문화재청 기증)


호주 빅토리아국립미술관 ‘백자 달항아리’(白磁壺)

18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가로 35cm, 높이 34cm의 크기로 기존에 국가지정문화재나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같은 유형의 문화재에 비해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무늬가 없는 하얀 색에 둥그런 형태가 마치 달을 연상시킨다 하여 ‘달항아리’로 불린다. 18세기 조선 시대에 다수 제작되었던 터라 국내에서는 아직도 상당수가 전해지고 있어 문화재청은 이번 ‘백자 달항아리’가 국외에 전시되어 한국의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활용될 때 그 가치가 더 커진다고 판단하였으며, 이에 9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영구국외 반출을 이례적으로 허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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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것에 대한 애착의 마음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여러 나라가 치열하게 얽혀있는 게 지금의 세계죠. 그렇기에 사람 사이에 캐묵은 감정의 골처럼 문화재 소유권 문제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한국의 문화재 반출법이 까다로운 이유도 이해하자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침략과 약탈의 역사를 겪었으니 말이죠.


프랑스에서 소유하고 있는 외규장각 의궤는 불법적으로 반출되었지만 역으로 대여를 하고 있으며, 5년마다 갱신하는 영구대여라는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소유권을 완전히 이전하지는 않겠다는 의지죠. 직지심체요절은 임대 이후 회수가 우려되어 대여도 해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서운함도 있지만 이러한 상황 또한 역사의 흔적이며, 완만한 해결을 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한국의 문화유산이 전시되고 알려지는 것처럼 우리 또한 다양한 해외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국내 박물관에서 관람하며 그 나라와 세계의 역사에 대해 알아가기도 합니다. 소유권이나 반출 과정의 문제는 잠시 미뤄두고, 그러한 문화교류가 우리에게 유해한 경험이었느냐고 한다면 그렇진 않을 겁니다. 불법적이고 무차별적인 문화재의 유출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작정 반출을 금하는 것도, 자유롭게 방목하는 것도 답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앞서 소개된 김환기의 작품 '우주'는 글로벌 세아그룹 김웅기 회장에게 낙찰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은 이들이 소유권이 해외로 넘어가지 않은 것에 대해 안도의 숨을 쉬었다고 하죠. 이처럼 같은 뿌리를 가진 문화에 대한 애정은 필요하지만, 현존하는 작가임에도 제도로 인해 더 많은 이들이 즐기지 못하는 것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구속하는 것만이 대상에 향한 애정은 아닌 것처럼 말이죠.


앞으로도 문화재 반출법은 규제에 있어 유연한 방향으로 변화가 검토되고 있습니다. 한류의 흐름에 힘입어 멋진 문화재가 건전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세계에 그 모습을 드러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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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관찰, 서교동 <빛바랜 탄생과 빛나는 소멸이 교차하는 곳>

사진 김재우


번화한 홍대 앞 거리와 인접한 골목 안쪽에 시간의 풍화에 색을 잃은 간판들 사이로, 글자의 끝이 조금씩 일어나 떨어지고 있는 '자개장 수리전문'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지하에는 21세기 도시에 떨어진 '자개장'이라는 단어만큼이나 낯선 공간이 펼쳐진다.

 

낡고 정돈되지 않은 듯한 투박한 공간 사이로 붉은빛으로 매끈하고 반듯하게 옻칠 된 크고 작은 수납 가구들이 놓여 있다. 옻칠 위에는 오묘한 빛을 내는 자개장식들이 자연의 모양으로 다듬어져 붙어 있다.

사진 김재우


자개장은 1970-80년대 인기를 끌었던 고급 혼례품으로 한때는 귀한 몸이었지만 어느새 많이도 버려졌다. 여전히 버려지지 않은 자개장은 서교동에 평범하디 평범한 골목 지하로 빛바래고 깨진 몸을 이끌고 들어선다. 줄지어 놓인 낡은 가구는 과거의 빛나던 순간을 그리워하는 듯하다.

 

낡은 자개장이 다시 빛을 찾기 위해, 머리칼이 희끗한 이들의 갈고 깎는 소리와 동물의 가죽, 힘줄, 뼈로 만든 아교의 비릿한 향이 공간을 채운다. 옻칠 전에는 먼지를 가라앉히기 위해 물청소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 옷차림 또한 최대한 가볍게 만든다. 한 번 더 촘촘하게 걸러낸 옻 진액을 붓으로 빠르게 칠해낸다.



발행인 Publisher

박경철 Kyoungcheol Park


뉴스레터 편집장 Editor in Chief

이경근 Gyunggeun Lee


기자 Editor

권혜리 Hyeri Kwon

윤지현 Jihyun Yoon

송윤하 Yoonha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