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공간] 현대한옥, 콘크리트 정글 앞의 여행자 쉼터

관리자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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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한옥 4 / 세종시 카페 헤이믈
콘크리트 정글 앞의 여행자 쉼터

박경철


거대한 아파트의 옅은 감색 외벽은 뿌연 안개와 함께 울창한 풍경으로 정글의 초입을 들어서는 이방인의 눈앞에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하늘을 찌르듯 높게 솟은 콘크리트 나무는 한 치의 흩어짐 없이 곧게 뻗어 숲을 이루고 빽빽하게 자리한 나무들 사이는 가지 없이 조림하게 존재한다. 우거진 나무숲에서 하늘의 태양을 받기 위해 곧게 뻗은 나무처럼 하늘의 빛을 받기 위해 뻗어 있다. 이 거대한 숲은 직선으로 구성된 긴 직사각형의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머리 위에는 약간의 직선 잔가지가 보인다. 직선과 직선으로 땅과 하늘 사이에서 숲을 이루고 있다.



숲을 뒤로 등지고 회색 전돌 담장으로 직선의 경계를 구성한 2층 한옥은 콘크리트 정글을 여행하는 여행자의 안내소처럼 숲의 입구에 서 있는 느낌이다. 계획된 숲에 만들어진 하나의 초입 공간처럼 한옥의 외벽 색은 콘크리트와 대비되어 진하게 눈에 들어오지만, 지붕의 기와 그리고 담장의 전돌 색감은 콘크리트 풍경과 조화를 이룬다.  콘크리트 정글 목전에 있는 한옥은 전체가 2층으로 만들어져 있고 외벽 대부분을 이루는 창호는 유리로 만들어져 있다. 아파트 뒤로 정면과 하늘에서 바라본 한옥의 평면은 ㄱ자형과 왼쪽 사선으로 나온 건물이 합쳐져 전체적으로 마름모 형상을 하고 있다.



'ㄱ'자로 배치한 정면은 맞배지붕의 머리 형상과 사각 창의 커다란 눈처럼 창문이 있으며 가로로 길게 사각 창 위에 배치된 나무창은 눈썹처럼 보인다. 커다란 창문의 사각형은 콘크리트 풍경을 뒤로한 채 단단하게 바라보는 남성미가 느껴진다. 반면 왼쪽 사선으로 뻗어 나온 건물의 지붕은 모임지붕의 형태와 창은 회벽을 사이에 두고 창호를 만들어 마치 그 모습이 오른쪽 남성적 형상과 더불어 있는 여성적 형상으로 조화를 이룬 모습니다. 


한옥의 입구는 전돌 외벽에 눈썹 기와가 올려 있고 벽 가운데 원형의 나무 문을 양쪽으로 열어서 출입하는 형태로 구성했다. 혹자는 중국의 대문 같다는 말을 올리기도 할 만한데 이것은 창덕궁 낙선재 후원의 상량정이 있는 정원에서 궁으로 출입하는 문에도 있고 낙선재의 내부에도 만들어져 사용되는 형상이다. 여행자의 눈에는 마치 담장 밖으로 걸쳐 있는 오른쪽 남성적 건물이 담장 안쪽에 있는 모임지붕의 여성적 건물과 소통하는 내외의 창 같은 생각이 든다.   



원형의 대문과 2충으로 구성되고 한지 대신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한옥의 모습을 보면 상상하던 한옥의 디테일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겠지만,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위를 살아가는 현재의 시대에 변화한 시간의 모습이 드라마 속 조선 한옥과 문화재 남아있는 궁궐의 현실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한옥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단면 같다.



대문 안쪽 마당은 흙 대신 화강석으로 구성했고 마당에서 하늘로 보이는 지붕 선의 모습은 직선적 모습이 여느 고택과는 다른 모습이다. 더불어 실내로 출입하는 문 위쪽에는 작은 공간에 나무들이 있고 그 넘어도 아파트가 보이니 시대상에 변화한 한옥의 모습을 체험하는 듯하다.


실내는 사각의 창호형 유리 창문과 지하 1층에 이어지는 흰색 벽면이 눈에 띄었고 사각의 선반과 같은 너비의 흰색 벽장 그리고 나무판으로 구성된 천정의 구성과 디테일은 모던한 일본 건물의 향기가 진하다. 아스팔트 땅 위의 하늘로 길게 뻗은 콘크리트 숲 초입에 서서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고 돌아서는 여행자는 필름 카메라로 담은 사진으로 그 모습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