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건축] 을지로 커피한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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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회귀하는 미로의 골목길

글  박경철  /  사진  강민정


종로2가 인사동 입구에서 청계천 넘어 남산길로 향하며 명동에서 동대문으로 뻗어있는 을지로와 교차하는 사거리는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랜드마크처럼 자리하고 있다. 반사된 유리표면의 빌딩은 오래된 을지로의 변화된 모습을 상징하듯 빛을 발하며 수많은 직장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교의의 공간이다.


각각의 빌딩에는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그리고 이데아 등 너무나 익숙한 커피 브랜드의 체인점이 자리하며 수많은 직장인들이 충전과 교통의 공간으로 분주해 보였다. 


<커피한약방> 이라는 공간을 찾기 위해 둘러본 사거리의 풍경 속에서 커피라는 단어로 무심하게 둘러보니 상상 이상의 많은 곳에서 커피를 팔고 있었다. 남산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도시야경 속에서 십자가 수놓은 밤풍경의 도시를 볼 수 있다는 말처럼 곳곳에 있는 커피숍의 모습은 커피가 일상의 한 부분으로 생활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8차선 대로변 거대한 콘크리트 빌딩의 스타벅스가 있는 롯데건물 뒤쪽의 공간은 앞선 빌딩의 모습과 전혀 다른 형상으로 이뤄져 있다. 유리벽 앞면의 거대한 앞창이 반듯하게 이뤄진 도심의 모습은 그 뒤쪽에서 생명의 실선들이 전선가닥처럼 이뤄져 있으며 수직적 시간의 흔적을 말하듯 근대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공간의 조형으로 구성돼 있었다. 건물의 구성은 오래된 과거와 현대를 혼합한 시간의 복합체처럼 존재하고 사람들은 익숙하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오가며 생활위에 공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1m 남짓 넘을까 말까하는 좁은 골목길의 입구는 6~70년대에 만들어진 5층상가 건물 사이로  곳곳의 박락된 벽면의 허름한 모습으로 이뤄져 있었다. 내게는 너무 익숙한 뒷골목의 풍경은 요즘에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닌지라 친밀감이 부쩍 큰데 한편으로는 요즘 한창의 20대나 스타벅스에 익숙한 도시생활의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인데 유명하기로 입소문 나있다니 어떤 관점에서 이해해야 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오래된 공간과 공간의 사이에 만들어진 작은 골목길 그곳은 상상속의 과거처럼 흙 바닥으로 구성되 있지는 않았다. 아스팔트가 깔려 깨끗하지만은 않지만 반듯하게 구석구석 흙의 공간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바닥을 막고 있으며 박락된 벽면과 벽면 사이로는 지중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전봇대가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오래된 종로와 을지로 일대는 아직도 수많은 전봇대의 전선이 하늘을 거미줄처럼 구성하고 있으며 랜드마크처럼 일대를 조망하는 거대의 콘크리트 바로 뒷면에는 이렇게 오밀조밀하게 생활의 공간들이 존재하고 있다.


공간의 입구 <혜민당>이라는 빵집과 마주하고 있는 <커피한약방>은 함께 운영되는 곳으로 각각 운영하지만 공간을 공유할 수 있다. 1m를 앞두고 마주한 두 곳 상점의 사이에 서 있으면 로스팅하는 커피 원두의 냄새가 좁은 건물 폭을 가득 메우고 근대영화라는 향수를 뿌린 듯 후각을 취하게 한다. 과거로의 회귀적 공간을 통과하는 듯한 좁은 공간의 설정과 입구를 장식하는 후각의 혼란은 충분한 공감각을 연출하며 이곳을 대도심의 빌딩과 대비시켜 그 매력을 발산할 만한 이유를 만들고 있다.  


생두를 볶는 공간은 1m정사각형 안에서 오래된 로스팅기계로 손수 돌려가며 원두의 상태를 확인하는 로스터의 손길로 완성되고 있었다. 마치 숙련된 목수가 손대패로 나무를 다듬는 수작업을 연상 시키는 행위가 가구를 완성하는 것처럼. 하나씩 연삭질 해나가는 장인의 손과 눈처럼 생두가 변해가는 색감을 조금이라도 놓칠까 눈을 부릅뜬 모습이 대패의 선날 처럼 반짝였고, 작은 반복의 행위 속에서 커피 생두는 내게 익숙한 원두커피의 짙은 초코렛 색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에스프레소의 짙은 원액을 뿜어내는 커피도 좋지만 종이필터위로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내려오는 커피거 비이커를 채우듯 투명한 유리속에 보이는 커피도 좋다. 오래된 가게의 컨셉때문인지 직접 로스터한 원두 그리고 손수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받는 커피한잔은 이곳의 정점을 찍는 마지막 작업처럼 느껴지고 눈을 땔 수 없는 하나의 의식처럼 보였다. 물론 진한 커피의 향과 음미하는 시간은 눈과 코 그리고 입의 조화를 상상처럼 엮어 만족감을 줬다.


[월간한옥 14호] 상점건축_ 커피 한약방 중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