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건축] 광주 송정시장 밀밭 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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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세로 정사각형 공간의 추억

글  박경철  /  사진  강민정


내 어릴 적, 시장의 공간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다양성을 체험하는 기회였고 새로운 공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거니는 시간이었다.

다른 지역에서 모여든 상인과 붐비는 사람들의 존재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시야의 혼돈과, 가격을 외치고 흥정의 목소리를 높이는 청각의 반주는 일상을 벗어나 다른 세계로 발을 디딘 이색의 공감각적 경험이었다. 이런 시장에는 꼭 하나 자리하고 있던 새마을금고였고 그 모습은 너무나 익숙한 조형으로 어느 시장에서나 기준점처럼 존재했다. 


  

전형적인 1980년대 새마을금고의 모습은 정면 가로 너비의 비율이 2층 세로 높이를 비슷하게 설계해 정사각형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단정한 모습이다. 송정시장 한길 중간쯤 자리한 새마을금고는 그 시절 만들어진 단단하고 두꺼운 콘크리트 시공 때문인지 아직 새 건물처럼 깨끗하고 반듯하게 자리하고 있다. 외벽의 타일은 관리의 손길이 많은 듯 투명했고 일부의 파손된 부분은 말끔하게 다른 시공형태로 마무리돼 있음을 볼 수 있다. 


  

1층 건물 내부 과거의 흔적은 현관문으로부터 느낄 수 있다. 오래전 은행을 거래할 때 익숙했던 알루미늄과 두터운 유리로 구성된 문 입구의 모습은 아직도 그대로였으며 매장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관문 같은 느낌이다. 초등학교 이전의 국민학교 시절 익숙한 도끼다시(바닥돌)의 시공 바닥은 금세 건물의 연혁을 의심하게 되고 천정의 군데군데 남겨진 콘크리트 타설의 판자 조각이 그 시간을 짐작케 한다.  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국방색(진초록색) 전화용 구내단자함과 4구의 전화용 콘센트 자리는 과거의 공간에 있음을 인지하게 한다.


출입문 공간은 테이블로 배치해 최대한 넓게 사용했고, 금고를 포함한 사무공간은 벽체를 없애서 주방 공간으로 사용 하고 있다. 30cm 이상의 두께로 만들어진 금고의 앞면은 하나의 오브제처럼 이곳이 은행 공간임을 각인시키고 있으며 금고 넘어 공간을 주방으로 활용하기 적당하게 변화시켰다.  


  


매장은 1920년대 미국 노동자들의 생활을 모티브로 1980년대 한국적 공간을 통해 나무 탁자를 두고 간단히 술을 마시던 선술집으로 만들었으며, 에일 맥주를 비롯한 몇몇의 수제 맥주를 만들고 있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1913년 만들어진 광주 송정시장의 시대적 시간 속에서 미국 노동자들이 대중적으로 즐기던 에일 맥주는 숙성이 짧지만 고온에서 발효시켜 향의 풍미가 진하고 쓴맛의 특징을 갖고 있다. 

이한샘 대표는 “공간적 거리를 벗어나 동시대적 시간의 의미와 시장이라는 의미적 공감감을 통해 1920년대 미국의 노동자들이 부담 없이 즐기던 시장의 맥주를 이곳에서 선보이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월간한옥 15호] 상점건축_송정시장 밀밭양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