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공회 주교좌 성당
이관직
서울 강북에 근대기에 지어진 몇 개의 아름다운 종교 건축물이 있다. 아름다운 건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건축물은 백 년여를 넘게 지금까지 훼손되지 않고 원형 가깝게 남아있다. 남아있는 건축물 중 아름다운 것들은 청사나 기차역같이 공공이 지은 건축물과 종교단체가 신도들의 뜻과 성금을 모아 지은 종교시설이 많다. 기업이나 개인이 지은 건물도 문화적이고 학술 가치를 인정받으며 법이나 행정력의 보호와 규제를 받으며 보존되기도 한다. 문화재청에서는 국보·보물·국가무형문화재·사적·명승·천연기념물 및 국가민속문화재 등 7개 유형으로 구분하여 중요문화재를 보존 관리하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아니한 가치 있는 문화재는 지방자치단체(시·도)의 조례에 의하여 유형문화재·무형문화재·기념물 및 민속문화재 등 4개 유형으로 지정문화재로 지정하여 관리한다. 그 외 문화재 중 건설·제작·형성된 후 50년 이상이 지난 것으로서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것은 등록문화재로 관리한다.


덕수궁과 시청 사이에 있는 성공회 성당은 서울시 지정 유형문화재이다. 성공회 성당 세종로 방향에는 최근까지 서울시 의회 별관 건물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 1937년 조선 총독부에 의해 당시 경운궁 영역에 있던 영친왕의 친모 사당 자리에 체신부 청사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이 건물은 국세청 남대문 별관, 후에 서울시 의회 별관으로 사용되다가 철거되면서 2016년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지어졌다. 새로 지어진 건물은 1층이 반쯤 지상으로 노출된 지하시설로 설계됐다. 성공회 성당의 동측이 가로 입면에 드러나면서 시청, 세종로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새로워졌다. 시의 행정이 문화적인 안목을 가지고 집중할 힘을 발휘한 것이다. 세종로 풍경은 백여 년 것과는 전혀 다른 문화적 풍경을 보여주게 됐다. 하나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도시 공간의 질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문화의 힘이 아닐까.


시간-미(美)
모든 도시는 역사를 갖는다. 새로운 도시를 구상하는 경우에도 역사적 사례와 이론을 반영할 것이다. 인위적이고 강제적인 이념의 결합 산물로 만들어진 계획도시는 누적된 것에 스며 있는 아름다움이 없다. 신도시계획의 어려움은 누적된 시간의 부재와 구체적 스케일의 불일치이다. 도시적인 거대 스케일에서 사례와 연구를 참조해서 도상으로 표현되는 작업에서는 오래된 도시에서와 같은 기능과 경관 속에 스며 있는 도시의 깊이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거대한 규모를 다루는 계획도시 도상 안에는 땅과 건축물과 삶의 다양한 흔적이 누적된 시간-미(美) (Timed Beauty) 가 없다. 미는 자연미와 인공미로 나누고 인공미는 새롭고 창의적인 창안 미와 효율과 적합성의 기능미를 포함한다. 적정하고 지속적이고 새로운 해결은 아름다움을 느끼는 미감과 연결되어 있다. 사람이 느끼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자연에 대한 미적 향유에서 시작된다. 사람은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보면서 자신 속에 있던 타고난 미감을 발굴하고 확장한다. 필요와 욕구를 해결하며 살아가는 현실에서도 그 해결의 노력은 미적 방향과 무관하지 않다.

자연에서 느끼는 미감은 순수한 공간 효소적 구성 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아름다운 안에는 태초에서 모든 사물에 담겨있고 구성의 각 요소 안에 내재한 시간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미 속에 이미 누적된 시간-미를 느낀다. 이것이 인공미가 창안 미와 기능미와 더불어 시간-미를 포함하고 있는 이유이다. 이것이 자신의 주변에 모든 요소를 고려해서 현실 문제를 풀어가는 브리꼴레르(Bricoleur)의 지향점이다. 창의력을 가지고 있는 브리꼴레르는 창안 미와 기능미를 성취하려고 한다. 이 두 가지가 디자인의 핵심이다.
새로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고 잘 작동하는 해결책. 문제를 해결하면서 아름다움을 창안하는 브리콜레쥐한 작업에는 시간성이라는 중심적 관점이 있다. 사용자와 감상자인 사람들도 새롭고 기능적인 것이 아닌 어떤 것, 이미 모든 것에 내재한 시간의 누적된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것이 오래된 것이 주는 아름다움, 시간-미 혹은 누적미인 것이다. 우리 도시에 70년대, 80년대 집 장사의 전성시대에 만들어진 동네, 가난에 쫓겨 다닥다닥한 집들의 산동네, 삐뚤빼뚤한 계단과 골목의 정겨움은 사람들에게 사진 찍게 하고, 향수 취미를 불러일으키고, 골목과 동네의 보존 운동을 몰고 오고, 학술적인 연구를 불러일으킨다.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세월을 거쳐 사용되고 보존되고 사랑받고, 고쳐지면서도 남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로마네스크 복고 양식
단일 교단으로서 세계 성공회는 세계에서 천주교와 러시아 정교회 다음으로 교세가 크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의 주교좌 성당은 서울특별시 중구 정동 3번지에 위치해서 성공회 정동교회/정동성당으로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선 유일한 네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기와지붕과 같은 한국의 건축양식을 절충한 성당이자, 향린교회와 함께 1987년 6월 항쟁이 시작된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성지이기도 하다. 1890년 12월 21일, 조선에 영국으로부터 파송된 찰스 존 코프 주교와 신자들이 현재 성당이 있는 곳의 한옥을 매입하면서부터 서울 성공회 성당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1892년 11월 17일 같은 자리에 새 한옥을 짓고 축성식을 거행했다. 이후, 1909년 성당 주변의 땅을 매입해 부지를 확장하고, 1910년 열린 첫 교구회의에서 주교좌성당 건축을 결의하게 된다.


이후, 1911년 영국왕립건축협회 소속의 아서 딕슨에 의해 성당의 설계도 및 모형이 완성되었고, 착공은 그보다 11년이나 지난 1922년에 이뤄졌다. 그나마도 일제의 물자동원령 등으로 인해 자재 조달이 힘들어서 1926년에 미완성 상태로 준공됐다. 구체적으로 원래 계획했던 라틴 크로스 Latin Cross 평면에서 트랜셉트(Transept)와 꼬리 부분을 떼어낸 짧은 일자 평면으로 마무리됐다. 1978년 12월 18일 서울특별시의 유형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되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3층 교회 건물로, 십자형 평면 구조로 되어 있다. 기초부와 뒷면 일부는 화강석을 사용했으며, 나머지 벽체는 붉은 벽돌을 사용하고 있다.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단순하고 절제된 형태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 계획의 일부만 완성되었던 성공회 성당은 1991년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증축 계획을 세우다 아서 딕슨의 원설계도를 찾게 되고 건축가 김원의 설계 감독으로 1996년 증축되었다. 서울에 현존하는 유일한 로마네스크 건물로, 1988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건축가들에 의해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성공회 성당은 절충식 로마네스크 복고양식으로 분류한다. 어떤 글에서는 절충식에 보태서 종합절충식이라는 표현도 쓴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유럽의 건축 양식 중에 중세에 로마 기독교 양식과 고딕 양식의 중간 시기에 유럽을 주도했던 양식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넓게는 5세기에서 13세기까지 확장해서 보기도 하지만 10세기 후반에서 12세기까지 한정된 시기를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로마네스크 교회들은 직사각형 바실리카 교회에서 트랜셉트를 가지는 라틴 크로스 평면으로 발전하고 동측 성직자 영역 후진(Apse)에 반원형이나 방사 방향으로 추가적인 예배당이 붙는다. 신랑(nave) 지붕의 구조가 목재 트러스나 반원 단면의 연속적인 배럴(barrel) 볼트에서 사각형 단위로 분절되어 교차 석재 리브(rib)가 보내지고 그사이를 가벼운 석재 판석으로 막았다. 신랑과 익랑의 교차부에는 대형 첨탑이 있고, 서측 주 입구에는 반원형 아치의 장식적인 정면이 강조되었다. 정면 양쪽에는 첨탑이 솟아 있다.

미술사가인 앙리포시옹은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을 연구한 저서에서 12세기 로마네스크 교회 건축물을 양감의 예술로 승화시킨 건축가를 예찬한다. “건축가는 기하학자, 기술자인 동시에 상당 수준의 조각가이자 화가이다. 공간계를 평면적으로 해석하는 기하학자이고 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자이자, 부피를 조형적으로 조정하는 조각가이고 재료와 빛을 다룬다는 점에서 화가이다. 평면은 본질적으로 사회학적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바로 계획을 형상화하고 도형적으로 옮긴다. 후진 둘레에 방사상으로 퍼진 소성당의 화환(花環)은 조화로울 뿐만 아니라, 예배 의식의 필수 사항에 부응한다. 어떤 점에서 도면은 이런 추상적 기반이고 그것은 12세기 로마네스크 건축처럼 아름다운 양괴의 예술 속에서만 고유하고 본질적인 가치를 지닌다. 그것이 아니라면 건축은 존재하지 않고 지상에 화단 같은 것만이 남게 될 기념비적인 비례를 평면 기하학적인 비례에 중첩한다.”

서울 성공회 성당의 외부를 형성하는 많은 부분이 이러한 로마네스크 양식에 근접한다. 양식상 다른 것은 천정에서 지붕의 구조인 목재 트러스가 노출되는 것이다. 천장을 석재 볼트로 하지 않은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합리적인 구법을 선택한 것 같다. 서울성공회 성당은 아름답다. 섬세한 비례, 과도하거나 도발적이지 않은 사각의 매스가 수직과 수평의 아름다운 비례로 섬세하게 작동된다. 시선을 모으는 절정은 트랜셉트와 신랑의 교차부 타워 부분의 첨탐형 모임지붕이다. 피라미드 형상으로 보이는 모임지붕은 타워 사각 메스에서 약간 넓어진 덴탈로 받쳐진다. 연속된 덴탈은 지붕 기왓골들에 대응하면서 지붕을 마무리한다. 의상으로 치면 일종의 어깨 위 목에 둘린 주름 장식의 건축적 표현이다. 하부로 내려오면서 가로 세로의 평면이 접하는 모퉁이는 작은 사각 타워가 내부에 수직 동선을 담고 장식적으로 섬세하게 구성되어 있다.


교회 평면에서 몸체에 직각인 날개의 매스는 몸체보다는 낮게 경사 지붕으로 처리되어 있고 지붕 마구리는 모임지붕이다. 도로 측에서 보이는 풍경에서 시선이 모이는 마지막 정점은 후진(Apes)의 모양이다. 반원 평면이 드럼의 형태가 되고, 8각으로 나뉘어 깎은 연필 같은 지붕은 반쪽 콘의 모양으로 모임지붕을 이룬다. 다양한 형태적 요소들을 양감의 비례 속에 아름답게 구성된 로마네스크 적 건축의 아름다움을 완성을 보여준다. 세종로 양측의 가로 풍경은 강렬한 대조를 이룬다. 동측은 절충식 국제양식에 가까운 수직 입면의 프레스센터와 유리 외피로 싸인 난해한 형태의 아트리움을 가진 서울시 신청사가 자리하고 서측은 한식 담장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기와지붕의 덕수궁과 예의 서울 성공회 성당이 있다. 100년의 한국 건축사가 집결된 곳이라 할 수 있다. 건축은 문화와 산업, 정치와 행정의 교차점에서 만들어진다. 한번 만들어지면, 정권의 강권적인 철거나 개발의 회오리가 없다면 백 년, 이백 년 이상 남게 된다. 건축과 도시의 아름다움을 위해 그 일에 관여하는 모두의 노력이 중요하다. 아름다운 것들이 신중히 만들어지고, 잘 사용되고, 오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서울 성공회 주교좌 성당
이관직
서울 강북에 근대기에 지어진 몇 개의 아름다운 종교 건축물이 있다. 아름다운 건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건축물은 백 년여를 넘게 지금까지 훼손되지 않고 원형 가깝게 남아있다. 남아있는 건축물 중 아름다운 것들은 청사나 기차역같이 공공이 지은 건축물과 종교단체가 신도들의 뜻과 성금을 모아 지은 종교시설이 많다. 기업이나 개인이 지은 건물도 문화적이고 학술 가치를 인정받으며 법이나 행정력의 보호와 규제를 받으며 보존되기도 한다. 문화재청에서는 국보·보물·국가무형문화재·사적·명승·천연기념물 및 국가민속문화재 등 7개 유형으로 구분하여 중요문화재를 보존 관리하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아니한 가치 있는 문화재는 지방자치단체(시·도)의 조례에 의하여 유형문화재·무형문화재·기념물 및 민속문화재 등 4개 유형으로 지정문화재로 지정하여 관리한다. 그 외 문화재 중 건설·제작·형성된 후 50년 이상이 지난 것으로서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것은 등록문화재로 관리한다.
덕수궁과 시청 사이에 있는 성공회 성당은 서울시 지정 유형문화재이다. 성공회 성당 세종로 방향에는 최근까지 서울시 의회 별관 건물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 1937년 조선 총독부에 의해 당시 경운궁 영역에 있던 영친왕의 친모 사당 자리에 체신부 청사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이 건물은 국세청 남대문 별관, 후에 서울시 의회 별관으로 사용되다가 철거되면서 2016년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지어졌다. 새로 지어진 건물은 1층이 반쯤 지상으로 노출된 지하시설로 설계됐다. 성공회 성당의 동측이 가로 입면에 드러나면서 시청, 세종로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새로워졌다. 시의 행정이 문화적인 안목을 가지고 집중할 힘을 발휘한 것이다. 세종로 풍경은 백여 년 것과는 전혀 다른 문화적 풍경을 보여주게 됐다. 하나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도시 공간의 질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문화의 힘이 아닐까.
시간-미(美)
모든 도시는 역사를 갖는다. 새로운 도시를 구상하는 경우에도 역사적 사례와 이론을 반영할 것이다. 인위적이고 강제적인 이념의 결합 산물로 만들어진 계획도시는 누적된 것에 스며 있는 아름다움이 없다. 신도시계획의 어려움은 누적된 시간의 부재와 구체적 스케일의 불일치이다. 도시적인 거대 스케일에서 사례와 연구를 참조해서 도상으로 표현되는 작업에서는 오래된 도시에서와 같은 기능과 경관 속에 스며 있는 도시의 깊이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거대한 규모를 다루는 계획도시 도상 안에는 땅과 건축물과 삶의 다양한 흔적이 누적된 시간-미(美) (Timed Beauty) 가 없다. 미는 자연미와 인공미로 나누고 인공미는 새롭고 창의적인 창안 미와 효율과 적합성의 기능미를 포함한다. 적정하고 지속적이고 새로운 해결은 아름다움을 느끼는 미감과 연결되어 있다. 사람이 느끼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자연에 대한 미적 향유에서 시작된다. 사람은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보면서 자신 속에 있던 타고난 미감을 발굴하고 확장한다. 필요와 욕구를 해결하며 살아가는 현실에서도 그 해결의 노력은 미적 방향과 무관하지 않다.
자연에서 느끼는 미감은 순수한 공간 효소적 구성 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아름다운 안에는 태초에서 모든 사물에 담겨있고 구성의 각 요소 안에 내재한 시간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미 속에 이미 누적된 시간-미를 느낀다. 이것이 인공미가 창안 미와 기능미와 더불어 시간-미를 포함하고 있는 이유이다. 이것이 자신의 주변에 모든 요소를 고려해서 현실 문제를 풀어가는 브리꼴레르(Bricoleur)의 지향점이다. 창의력을 가지고 있는 브리꼴레르는 창안 미와 기능미를 성취하려고 한다. 이 두 가지가 디자인의 핵심이다.
새로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고 잘 작동하는 해결책. 문제를 해결하면서 아름다움을 창안하는 브리콜레쥐한 작업에는 시간성이라는 중심적 관점이 있다. 사용자와 감상자인 사람들도 새롭고 기능적인 것이 아닌 어떤 것, 이미 모든 것에 내재한 시간의 누적된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것이 오래된 것이 주는 아름다움, 시간-미 혹은 누적미인 것이다. 우리 도시에 70년대, 80년대 집 장사의 전성시대에 만들어진 동네, 가난에 쫓겨 다닥다닥한 집들의 산동네, 삐뚤빼뚤한 계단과 골목의 정겨움은 사람들에게 사진 찍게 하고, 향수 취미를 불러일으키고, 골목과 동네의 보존 운동을 몰고 오고, 학술적인 연구를 불러일으킨다.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세월을 거쳐 사용되고 보존되고 사랑받고, 고쳐지면서도 남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로마네스크 복고 양식
단일 교단으로서 세계 성공회는 세계에서 천주교와 러시아 정교회 다음으로 교세가 크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의 주교좌 성당은 서울특별시 중구 정동 3번지에 위치해서 성공회 정동교회/정동성당으로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선 유일한 네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기와지붕과 같은 한국의 건축양식을 절충한 성당이자, 향린교회와 함께 1987년 6월 항쟁이 시작된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성지이기도 하다. 1890년 12월 21일, 조선에 영국으로부터 파송된 찰스 존 코프 주교와 신자들이 현재 성당이 있는 곳의 한옥을 매입하면서부터 서울 성공회 성당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1892년 11월 17일 같은 자리에 새 한옥을 짓고 축성식을 거행했다. 이후, 1909년 성당 주변의 땅을 매입해 부지를 확장하고, 1910년 열린 첫 교구회의에서 주교좌성당 건축을 결의하게 된다.
이후, 1911년 영국왕립건축협회 소속의 아서 딕슨에 의해 성당의 설계도 및 모형이 완성되었고, 착공은 그보다 11년이나 지난 1922년에 이뤄졌다. 그나마도 일제의 물자동원령 등으로 인해 자재 조달이 힘들어서 1926년에 미완성 상태로 준공됐다. 구체적으로 원래 계획했던 라틴 크로스 Latin Cross 평면에서 트랜셉트(Transept)와 꼬리 부분을 떼어낸 짧은 일자 평면으로 마무리됐다. 1978년 12월 18일 서울특별시의 유형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되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3층 교회 건물로, 십자형 평면 구조로 되어 있다. 기초부와 뒷면 일부는 화강석을 사용했으며, 나머지 벽체는 붉은 벽돌을 사용하고 있다.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단순하고 절제된 형태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 계획의 일부만 완성되었던 성공회 성당은 1991년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증축 계획을 세우다 아서 딕슨의 원설계도를 찾게 되고 건축가 김원의 설계 감독으로 1996년 증축되었다. 서울에 현존하는 유일한 로마네스크 건물로, 1988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건축가들에 의해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성공회 성당은 절충식 로마네스크 복고양식으로 분류한다. 어떤 글에서는 절충식에 보태서 종합절충식이라는 표현도 쓴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유럽의 건축 양식 중에 중세에 로마 기독교 양식과 고딕 양식의 중간 시기에 유럽을 주도했던 양식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넓게는 5세기에서 13세기까지 확장해서 보기도 하지만 10세기 후반에서 12세기까지 한정된 시기를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로마네스크 교회들은 직사각형 바실리카 교회에서 트랜셉트를 가지는 라틴 크로스 평면으로 발전하고 동측 성직자 영역 후진(Apse)에 반원형이나 방사 방향으로 추가적인 예배당이 붙는다. 신랑(nave) 지붕의 구조가 목재 트러스나 반원 단면의 연속적인 배럴(barrel) 볼트에서 사각형 단위로 분절되어 교차 석재 리브(rib)가 보내지고 그사이를 가벼운 석재 판석으로 막았다. 신랑과 익랑의 교차부에는 대형 첨탑이 있고, 서측 주 입구에는 반원형 아치의 장식적인 정면이 강조되었다. 정면 양쪽에는 첨탑이 솟아 있다.
미술사가인 앙리포시옹은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을 연구한 저서에서 12세기 로마네스크 교회 건축물을 양감의 예술로 승화시킨 건축가를 예찬한다. “건축가는 기하학자, 기술자인 동시에 상당 수준의 조각가이자 화가이다. 공간계를 평면적으로 해석하는 기하학자이고 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자이자, 부피를 조형적으로 조정하는 조각가이고 재료와 빛을 다룬다는 점에서 화가이다. 평면은 본질적으로 사회학적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바로 계획을 형상화하고 도형적으로 옮긴다. 후진 둘레에 방사상으로 퍼진 소성당의 화환(花環)은 조화로울 뿐만 아니라, 예배 의식의 필수 사항에 부응한다. 어떤 점에서 도면은 이런 추상적 기반이고 그것은 12세기 로마네스크 건축처럼 아름다운 양괴의 예술 속에서만 고유하고 본질적인 가치를 지닌다. 그것이 아니라면 건축은 존재하지 않고 지상에 화단 같은 것만이 남게 될 기념비적인 비례를 평면 기하학적인 비례에 중첩한다.”
서울 성공회 성당의 외부를 형성하는 많은 부분이 이러한 로마네스크 양식에 근접한다. 양식상 다른 것은 천정에서 지붕의 구조인 목재 트러스가 노출되는 것이다. 천장을 석재 볼트로 하지 않은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합리적인 구법을 선택한 것 같다. 서울성공회 성당은 아름답다. 섬세한 비례, 과도하거나 도발적이지 않은 사각의 매스가 수직과 수평의 아름다운 비례로 섬세하게 작동된다. 시선을 모으는 절정은 트랜셉트와 신랑의 교차부 타워 부분의 첨탐형 모임지붕이다. 피라미드 형상으로 보이는 모임지붕은 타워 사각 메스에서 약간 넓어진 덴탈로 받쳐진다. 연속된 덴탈은 지붕 기왓골들에 대응하면서 지붕을 마무리한다. 의상으로 치면 일종의 어깨 위 목에 둘린 주름 장식의 건축적 표현이다. 하부로 내려오면서 가로 세로의 평면이 접하는 모퉁이는 작은 사각 타워가 내부에 수직 동선을 담고 장식적으로 섬세하게 구성되어 있다.
교회 평면에서 몸체에 직각인 날개의 매스는 몸체보다는 낮게 경사 지붕으로 처리되어 있고 지붕 마구리는 모임지붕이다. 도로 측에서 보이는 풍경에서 시선이 모이는 마지막 정점은 후진(Apes)의 모양이다. 반원 평면이 드럼의 형태가 되고, 8각으로 나뉘어 깎은 연필 같은 지붕은 반쪽 콘의 모양으로 모임지붕을 이룬다. 다양한 형태적 요소들을 양감의 비례 속에 아름답게 구성된 로마네스크 적 건축의 아름다움을 완성을 보여준다. 세종로 양측의 가로 풍경은 강렬한 대조를 이룬다. 동측은 절충식 국제양식에 가까운 수직 입면의 프레스센터와 유리 외피로 싸인 난해한 형태의 아트리움을 가진 서울시 신청사가 자리하고 서측은 한식 담장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기와지붕의 덕수궁과 예의 서울 성공회 성당이 있다. 100년의 한국 건축사가 집결된 곳이라 할 수 있다. 건축은 문화와 산업, 정치와 행정의 교차점에서 만들어진다. 한번 만들어지면, 정권의 강권적인 철거나 개발의 회오리가 없다면 백 년, 이백 년 이상 남게 된다. 건축과 도시의 아름다움을 위해 그 일에 관여하는 모두의 노력이 중요하다. 아름다운 것들이 신중히 만들어지고, 잘 사용되고, 오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