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한옥 레터 #36] 2022년, 공예라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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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양스튜디오 ⓒ월간한옥 / 김철성


ㆍ'현실의 질문, 공예의 대답'  


공예 트렌드 페어는 개인 공예작가부터 소규모 공방, 기업, 국내외 기관 및 갤러리, 대학교 등이 전방위적으로 참가하는 공예 전문 박람회입니다. 공예의 산업적, 예술적 가치 확장과 그로 인한 공예문화의 대중화, 산업화에 실질적인 소통과 교류의 창구로서 긴 시간 운영되어 왔습니다. 2021년에는 코로나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방문객 49만여 명, 현장 판매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공예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공예 트렌드 페어에는 한국문화와 전통을 기반으로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한국의 미학'을 선보이는 양태오 디자이너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하며 그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문화도 결국 사람을 통해 세대를 이어 나가야 합니다. 전통과 현대가 활발하게 융합되는 지금, 비교적 젊은 세대인 양태오 디자이너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공예 트렌드 페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월간한옥 34호에 게재될 양태오 디자이너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공예 트렌드 페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는데요.


"우리의 삶이 역사를 통해 이뤄진 것처럼, 올해 공예 트렌드 페어 또한 예술감독으로서 양태오가 잘하는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지난 공예 트렌드 페어와 연결점을 갖고 한국 공예의 현주소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아가 공예의 당위성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할 차례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저는 공예가 이 시대가 마주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태오양스튜디오 ⓒ월간한옥 / 김철성


"그 문제에 대해서는 첫 번째로는 전통과 지역성의 결여인데요. 최근 한국과 전통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전통은 계속 사라지고 있고 즐기는 사람들은 극소수고, 전통을 통해서 우리의 정체성을 드러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서구적 근대화를 통해 우리가 쓰는 모든 물건의 기준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어요. 공산품화를 통해서 손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과 인간의 정서같은 것들이 굉장히 많이 사라지고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은 환경 문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에요."


"공예를 통해서 전통성과 지역성이 스며있는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이 이어져 오고 있고 손으로 만들어진 물건으로,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이 아니라, 공예는 본질적으로 사람이 사람을 위해서 만드는 행위 자체가 담겨 있으니까요. 그리고 공예는 그 지역에서 나온 재료로 만들어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죠. 그래서 공예를 소비함으로서 소비와 패턴과 물건에 대한 가치가 달라지게 돼요. 오래 쓰기도 하고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 시대에는 공예가 필요하고, 그를 위한 관심과 사용, 산업적인 육성에 대한 당위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전시의 주제를 '현실의 질문, 공예의 대답'으로 정했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12월 출간 예정인 월간한옥 34호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빗살무늬 말총>, 정다혜, 청주국제공예공모전 대상, 월간한옥 29호


ㆍ공예란 무엇일까?  


*지난 월간한옥 27호부터 30호까지 '공예란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담아왔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기사 일부를 함께 실어 보냅니다.


사물에 대한 기억은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인류 전체를 놓고 관찰했을 때 이것은 인류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진화와 발달에 따라 변화가 있었고 미국의 예술이론가인 글렌 아담슨(Glenn Adamson)은 이것을 '물질에 대한 지능(material intelligence)'이라고 지칭한다. 개인적 취향도 완전히 독립적으로 형성된다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물에 대한 기억은 곧 인류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에는 대량생산이라는 개념이 사회 전반에 심어지면서 물질에 대한 의식도 달라졌다. 사물 하나를 통해서 만족감을 얻기보다는 다양한 소재를 접하는 것을 선호하며 일회성을 띠는 호기심은 물질에 대한 지나친 낭비 문화로 전환되었다. 따라서 선대가 대대로 물려주는 문화, 즉 어머니가 딸에게 또는 며느리에게 물려주는 문화는 지금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물질에 대한 지능은 현재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 있으며 공예의 영역은 전통을 기반으로 쓰임과 시각적 효과 그리고 표현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기술이 발달되면 될수록 당연히 가치관이 과거와는 동일할 수 없지만, 촉각적인 만족감을 다시 추구하며 사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즉 가상현실 세계의 고립으로 아날로그 시대의 따뜻함과 손맛을 찾아 헤맬 것이다. 차 한 잔의 여유, 살결에 닿은 부드러운 옷감,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의 아름다움 이런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단지 시대에 맞게 변화할 뿐이다.


29호, 새로운 전통 만드는 시각적 만족과 기능의 물건, 조혜영


하워드 리사티「공예란 무엇인가」허보윤, 미진사(2011)


ㆍ공예와 책, 그리고 웃돈  


지난 뉴스레터에서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절판 혹은 판권 소멸 등으로 중쇄를 하지 않는 책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드물게 그중 어떤 책의 경우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중고책의 가격이 몇 배로 오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패션계 한정판 아이템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21세기에 출간한 책들 중에서는 드문 일입니다.


2011년 한국어 번역본이 출간된 하워드 리사티의 「공예란 무엇인가」(옮김: 허보윤, 출판: 미진사)는 책의 상태에 따라 정가의 몇 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책은 금속, 도자, 섬유, 유리, 목공예 등의 순수미술과 바우하우스에서 멤피스에 이르는 디자인 제품까지 실용, 순수 공예를 포괄하며 현대 공예의 의미를 탐구하고 공예가 학문 분야로 성립되기 위한 여러 담론을 시도하고 있는 본격 공예 이론서입니다.


가격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모두의 노동과 돈은 소중하기에 웃돈이 붙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가치 있는 물건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것 아닐까요. 다음 뉴스레터에서도 '지금'의 가치에 실어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주 금, 토, 일에 걸쳐 진행되는 공예 트렌드 페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2 공예트렌드페어 포스터, '현실의 질문, 공예의 대답' 


ㆍ공예는 현상이다  


나라가 더욱 발전할수록,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정체성에 대한 갈망과 갈증은 더욱 강해집니다. 최근 불어오는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 열풍은 곧 한국의 정체성을 쫓는 움직임으로 이어져 한국 고가구, 오래된 도자기 등 전통 공예품을 찾아 나서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해석을 내어놓기도 하죠. 이처럼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움직임이 활발히 뒤섞인 것이 공예의 현주소입니다.


공예의 '지금'을 볼 수 있는 공예 트렌드 페어는 편집부에게는 마치 영화계의 국제 영화제 같은, 기대되는 연례행사와도 같습니다. 월간한옥은 잡지로서 한국의 '지금'을 지면에 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 17회를 맞이한 2022 공예 트렌드 페어에서 한국 공예의 '지금'을 만나보세요.

2022 공예 트렌드 페어 (2022 Craft Trend Fair)
날짜: 12.9 ~ 11
장소: 코엑스 C Hall
'현실의 질문, 공예의 대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