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한복 레터 #3] 바비는 왜 한복을 입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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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한복 뉴스레터 #3

  • 톺아보기 - 바비는 왜 한복을 입게 됐을까, 문화 홍보를 대하는 자세
  • 인터뷰 - 한복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 김영은 작가 인터뷰
  • 화보 - 동화 속 세상에서 마주한 한복
  • 한복 이야기 - 당의, 한복의 곡선미가 드러나는 예복


 톺아보기

바비는 왜 한복을 입게 됐을까, 문화 홍보를 대하는 자세


올해 초 국내 영화 시장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홍보를 위해 해외 영화배우들의 방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해외 유명 배우의 방한은 많은 관심을 받는데요. 할리우드 영화<바비>의 홍보 행사는 조금 다른 이유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한국발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과 관심을 받게 되면서, 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한 문화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이슈는 느슨했던 문화교류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영화 <바비> 홍보 행사와 관련된 한복 이슈와 문화교류에 대해 다뤘습니다.


영화 시사회와 문화 홍보 행사 사이, 중심을 잃은 '한복 입은 바비'

7월 2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진행된 영화 '바비' 핑크카펫 현장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공식 SNS, ⓒ에이피씨웍스

지난 2일, 7월 19일에 개봉된 마고 로비 주연 영화 <바비>의 그레타 거윅 감독과 배우들이 내한해 핑크카펫 행사를 가졌습니다. 논란이 된 것은 행사 내용이었는데요. 약 30분간 진행되었던 행사에서, 영화 소개 및 국내 팬들과의 소통이라는 행사의 핵심은 10분도 채 진행되지 않았고 ‘부채춤’ 공연과 ‘한복 증정식’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특히 사회자가 깜짝 게스트라며 소개한 박술녀 디자이너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한복 증정식은 논란의 불씨를 지폈는데요. 박술녀 디자이너가 선물이라며 배우들에게 입혀준 한복은 얇고 안이 비치는 소재로, 한복 주머니 안에 본인의 명함이 함께 꽂혀있는 것이 목격되었습니다. 이에 대중들은 해외 홍보 행사를 본인 브랜드 홍보로 사용한 것이 아니냐며 '영화 홍보'라는 주목적에서 벗어난 행사 내용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방한한 해외 스타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문화의 주입식 홍보방식은 어느 정도 관례로 남아있었습니다. 인터뷰 중 뜬금없이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있냐고 묻거나, 억지스러울 정도로 집착하는 모습으로 지탄받은 사례는 종종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행위를 일컬어 '두유노' 시리즈라고 부르기도 하죠. 모 방송사의 연예프로그램에서는 인터뷰 중 외국인 배우에게 갑작스럽게 김치를 먹여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가수 이영지 유튜브 채널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에 출현한 덴마크 가수 크리스토퍼 / 유튜브 '차쥐뿔'채널 영상 캡처

물론 긍정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가수 에릭남은 유려한 말솜씨와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로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스타들의 인터뷰를 도맡았는데요. 에릭남이 처음 주목을 받았던 것은 페리스 힐튼과의 인터뷰였습니다. 페리스 힐튼은 유명 호텔 체인인 힐튼 호텔의 상속자일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도 모습을 비추며 세계적으로 유명했지만 에릭남은 해당 인터뷰 목적에 맞게 페리스 힐튼을 하나의 브랜드 CEO이자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새롭고 자연스러웠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해당 인터뷰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화제가 되며 주목받았죠.


현재는 에릭남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 가수 이영지의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피식대학의 '피식쇼'등을 통해 해외 스타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 내면서도 색깔 있는 인터뷰 콘텐츠를 보여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영화 <탑건:매버릭> 배우들의 내한 행사에서 공군을 다룬 영화 컨셉에 맞게 곤룡포를 얹은 항공 점퍼를 선물하며 긍정적인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탑건: 매버릭 한국 프로모션 현장 / ⓒ씨네플레이(CINEPLAY)

콘텐츠는 그 산업의 일부로 '홍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역시도 주제와 목적성에 부합하는 '자연스러움'과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노골적으로 '한국 문화'만 내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상대를 존중하며 이해와 협력으로 한국 문화가 나아가길 바랍니다. 그동안 K팝을 비롯한 한국 콘텐츠가 우리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통해 세계의 관심을 얻으며 성장한 것처럼 말이죠.


영화 <바비> 행사에 부정적인 여론이 존재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여론 또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의 수준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콘텐츠 자체의 수준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그것이 매체를 통해 문장과 언어로 전달되는가도 매우 중요합니다. 기생충과 통역사 샤론 최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죠. K팝을 비롯한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한복을 비롯한 한국 전통문화 또한 새로운 길을 제시해야 할 때입니다.




📄✏️ 한복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

김영은 공예 작가 인터뷰

우리를 둘러싼 것이 모두 변하듯 우리의 의식주 역시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그 변화 속에서 우리가 가진 것과 지켜야 할 것, 또 놓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월간한복에서는 변하는 것들 사이 변하지 않는 것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에게 그 해답을 묻고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고자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한국적 정체성으로 정의할 수 있는 복식문화의 특징은 무엇인가요?'"라는 공통의 질문을 한복과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던져봅니다. 


이번 호는 국가무형문화재 침선장에게 침선(*바느질로 옷을 만드는 일)을 전수받은 젊은 공예가, 김영은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단령(남성 혼례복), 2017, 김영은 제작


김영은 작가 인터뷰  |  과감한 색감의 조화에서 찾은 한복의 정체성


복식문화 속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정의하는 것은 경험이 적은 나에게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이 글을 통해서 정체성을 논하기보다는 한국의 복식이 지닌 수많은 아름다운 특징 중에서 내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한복의 색감’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조선인은 백의민족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당시 선조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새하얀 한복이 떠오른다. 한편으론 이와는 다르게 화려한 전통적인 색감의 옷들도 많았다. 현재의 단어로 표현하자면 ‘Vivid’한 색감이다. 주로 사대부나 궁궐에서 착용되었던 것들이 그러한데, 통상적으로 남성의 경우에는 겉감과 안감에서 그리고 여성의 경우 저고리와 치마의 색 조합에서 화려한 색상 대비가 나타났다. 평민들도 종종 화려한 색감의 옷을 입었는데, 전통 혼례식 때 입는 원삼과 단령 그리고 어린이 옷인 색동이 그것이다.

단령, 2017, 김영은 제작

처음 한복 짓는 법을 배울 때에는 이러한 강한 색상 대비가 부담스러워 파스텔 톤과 같은 색 조합으로 한복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해 동안 한복을 직접 배우고 만들면서 전통적인 색 조합이 한복이 지닌 조형성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고리와 치마의 색상을 정하고 길고 얇은 고름의 색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눌러주어 균형을 맞춘다.
단령처럼 큰 옷이 한 가지 색으로만 만들어져 단조로운 듯하면 움직일 때마다 살짝살짝 보이는 안감에 보색을 대어 시각적 재미를 주었다. 아 얼마나 선조들의 색 감각이 지혜로운가!


원종 어진(1935), 하단좌우로 안감(비취색)을 확인할 수 있다 / ⓒ 국립고궁박물관

현재 나는 한국의 직물과 한복이 지닌 요소들을 바탕으로 공예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비비드 한 색을 사용하는 것이 나의 작업 특징 중 하나인데, 매번 새로운 작업을 할 때마다 전통 한복과 공예품에서 전통적인 색감을 배우며 나의 작업에 녹여내고 있다.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50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화려한 색감의 한복이 유지되었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오랜 시간을 거쳐 남아있는 것들에는 그만큼 강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믿는다.

원삼(여성 혼례복), 2017, 김영은 제작


월간한복 뉴스레터의 첫 인터뷰로 김영은 작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작가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옷을 입을 때 보색을 매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잘못 입었다가는 인간 신호등 같아 보이기도 하죠. 전통 혼례복에서는 옷의 안감이나 소매, 허리 장식 등을 이용해 강한 대비의 색상을 세련되게 활용하여 서양 혼례복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뉴스레터 최하단의 링크를 통해 이야기를 듣고 싶은 인터뷰이를 권해주세요. 

다음 호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김영은 작가의 작업 보러 가기 🔍




동화 속 세상에서 마주한 한복 🎆

LG gram 360 x 줄리아 류 : 심청전 Dive 편, 2022, LG전자 유투브

붉은색 옷고름과 치마저고리, 그리고 댕기까지. 익숙한 옷을 입은 소녀가 등장해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애니메이션 다이브(Dive)는 당시 대학생이었던 한국계 미국인 '줄리아 류'가 우리나라 전래동화 '심청전'을 새롭게 재해석해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LG전자와 협업해 탄생했는데요. 세상에 공개되자마자 유튜브와 각종 SNS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으며 '한복을 입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세계 진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전통 복장을 하고 나오던 애니메이션 속 공주들 사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한복'을 입은 한국인 캐릭터는 대중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주는데요. 많은 어린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동심의 추억 속에 한복도 함께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이번 호 뉴스레터에서 소개할 화보는 '동화 속 세상에서 마주한 한복'입니다. 

동화 속 세상에 어우러지는 한복의 선과 색감을 따라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여행해보세요.

ㅇㄹㄴㅇ

화보 기획 및 촬영 : 청춘한복아랑

🌌동화 속 입구를 지나🌷

❄️판타지 속으로🐚

사진 ⓒ 청춘한복아랑




📚 한복 이야기

당의, 한복의 곡선미가 드러나는 예복

자주고름 옥색당의 / ⓒ 국립중앙박물관

당의는 조선시대 여성들의 예복이다. 왕실에서는 크고 작은 예식이나 문안례를 올릴 때 입었고 반가의 부인들은 입궐 시 예복으로, 민가에서는 혼례복으로 입기도 했다. 얼핏 보기에는 저고리와 비슷하지만, 저고리 위에 덧입었던 것으로 저고리보다 앞길과 뒷길의 길이가 3배 정도 길어 겨드랑이 아랫부분부터 양옆으로 트여 있으며 둥근 곡선으로 이루어진 도련(끝 가장자리)이 특징이다.


 

당의는 긴 저고리에서 유래되어 문헌에는 광해군 때 처음 등장했다. ‘당저고리(唐赤古里)’, ‘당고의(唐串衣)’, 당한삼(唐汗衫)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으며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했다. 특히 조선 후기로 갈수록 궁중 행사가 늘어나면서 당의의 제작법이나 활용법도 다양해졌다.


신분이나 행사, 절기에 따라 색상과 재료, 장식으로 차이를 두었는데 여름용 당의는 생초(生綃)로 만든다. 생초는 실이 매우 얇고 가벼우며 빳빳한 소재의 견직물로 상당히 고급 직물이었다. 안쪽에 입은 저고리가 비칠 정도로 얇고 불투명하게 만들어졌으며 걷는 걸음마다 조용히 들리는 사각거림과 긴 옷자락의 유연한 곡선은 입는 이의 우아함을 돋보이게 한다.


색의 경우 초록색이 가장 보편적인 색상으로 사용되었으나 계절에 따라 ‘동지’에는 자주색을, 봄에는 ‘남송색(빛바랜 연두)'을, 단오 때는 흰색을 입기도 했다. 또한 바느질 기법에 따라서도 홑당의, 겹당의, 네겹당의 등 다양하게 나뉘며 여름철에 주로 입는 홑당의는 솔기를 가늘게 접어 만들거나 도련 부분을 돌돌 말아 감추기도 했다. 겹당의가 가장 보편적인 당의로 겉은 초록색, 안은 홍색이다. 네겹당의는 가장 격이 높은 당의로 홍색 겹당의와 초록색 겹당의를 겹쳐 입는 형태다. 왕비나 공주가 입었던 당의는 봉황이나 용, 기린 등의 모양으로 수놓은 흉배를 달기도 했고 어깨에서 소매, 앞길과 뒷길, 겉고름과 안고름에 꽃잎이나 박쥐 모양의 그림이나 복(福), 희(囍)와 같은 글자를 금박으로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한복의 곡선미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복식인 당의는 조선시대를 지나 지금까지도 그 아름다움이 이어지고 있다.




한복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한복 짓는 이들의 이야기, 함께 참여해주세요!


"어디까지가 전통인가?"


한복, 한옥, 공예 모든 분야에 걸쳐 가장 화두가 되는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다운 것은 계속해서 변해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근대에 일제강점기라는 역사, 문화적 단절의 시기를 겪으며 전통이라는 것을 그 이전의 것으로 정의하는 경향이 존재합니다. 하여 그것이 현대적으로 변화하는 것에 있어 여러 의견이 오가며 대립이 발생하기도 하죠.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월간한복 레터로 다양한 한복 제작자들이 생각하는 한복이 무엇인지 듣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합니다.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의 가치관과 의견을 존중하며 이해를 바탕으로 공감대를 넓혀, 적어도 어떤 범위로 규정될 수 있는 동시대의 한복에 대해 알아가고자 합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한복에 대한 궁금증이나 이야기를 듣고 싶은 한복 디자이너, 브랜드를 알려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을 받아 선정된 한복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어 보내드립니다.  


👋 한복 이야기에 함께 참여해주세요! (링크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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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편집장 Editor in Chief

이경근 Gyunggeun Lee


기자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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