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한복 뉴스레터 #1
- 월간한복 뉴스레터를 소개합니다.
- 한복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한복 짓는 이들의 이야기, 함께 참여해주세요!
- 톺아보기 - 영부인의 한복들
- 소재이야기, 여름이니까 모시
- 한국적 정체성 첫번째 시리즈 '갓'
💁 월간한복 뉴스레터를 소개합니다. 
한복 사임당 by 이혜미(여), 무낙(남) / 사진 신선혜 / ⓒ에이피씨웍스
서구 중심의 근대화로 서구의 전통 복식은 현대식으로 변화되어 우리 삶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반면, 한국의 전통 복식은 일상에서 다소 벗어난 존재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일상복이 아닌 '혼례' 같은 특별하고 상징적인 행위에서도 점점 외면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복'은 직역하면 '한국의 옷'이라는 뜻임에도 현대 복식과는 다르게 그 인식이나 이미지가 과거에 머물러 있거나, 일부 요소에 대한 고정 관념 또한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복을 통해 한반도라는 지역과 환경, 그리고 누적된 문화와 역사 안에서 우리의 의복 문화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 맥락과 멋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류라는 문화 현상 안에서 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며 그런 노력에 대한 관심과 환호 또한 존재합니다. 한복이 그저 옛 문화로 남겨지기보다는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입고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움으로, 복식문화이자 패션으로도 확장될 수 있기를 바라며 한복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월간한복 레터'를 통해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다양한 취재와 논의를 통해 한국적 정체성의 의미와 복식문화의 멋, 두 가지 모두를 발견할 수 있는 한복 씬이 자라나길 바랍니다. 월간한복 뉴스레터에는 1. 한복에 대한 최근 소식과 2. 인터뷰 그리고 3. 소재, 양식, 역사, 문화재 등 한복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복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한복 짓는 이들의 이야기, 함께 참여해주세요!
"어디까지가 전통인가?"
한옥, 한복, 공예 모든 분야에 걸쳐 가장 화두가 되는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다운 것'은 계속해서 변해갑니다. 하지만 한국은 근대에 일제강점기라는 역사, 문화적 단절의 시기를 겪으며 '전통'을 그 이전의 것으로 정의하는 경향이 존재하는데요. 하여 그것이 현대적으로 변화할때 여러 대립이 발생하기도 하고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월간한복 레터로 다양한 한복 제작자들이 생각하는 한복이 무엇인지 듣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합니다.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의 가치관과 의견을 존중하며 이해를 바탕으로 공감대를 넓혀, 적어도 어떤 범위로 규정될 수 있는 동시대의 한복에 대해 알아가고자 합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한복에 대한 궁금증이나 이야기를 듣고 싶은 한복 디자이너, 브랜드를 알려주세요.
다음 뉴스레터부터 한복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어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이 반영된 월간한복 레터를 만나보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한복 이야기에 함께 참여해주세요!
📩 톺아보기 - 영부인의 한복들 

(상) 베트남 주석 배우자 친교 행사, (하) 제33회 한산모시 문화제 / 사진 대통령실
월간한복 레터에서는 매 호마다 최근 쟁점이 됐던 한복 소식을 풍부하게 구성하여 전할 예정입니다.
늘 그렇듯 대통령의 외교 순방은 여러모로 많은 관심을 받는 일입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그 관심의 대상은 매우 다양한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영부인의 의상이 주목받곤 합니다. 최근 베트남 방문 일정에서 김건희 여사는 베트남 전통 복식 '아오자이'를 착용하는 것으로 예를 갖췄습니다. 대한민국 영부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공식 행사에 베트남 전통 복식을 착용한 것이었습니다.
이전 미국 방문에서는 동포간담회 일정을 고려하여 한복을 착용하였으며, 서산시 방문에는 특산물이자 무형문화재인 한산모시 한복을 입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당시에는 영부인 첫 공식 석상임에도 정장이 아닌 하얀 정장을 착용하여 주목받았습니다.
영부인의 패션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대통령과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한국의 영부인들에게는 대통령 취임식을 비롯한 공식 석상에서 전통성이 반영된 ‘한복’을 입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있었는데요. 과거에는 취임식에서 영부인이 한복을 입는 것이 당연시됐지만, 이에 대한 관념도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 여겨지며 변화하고 있습니다.
역대 영부인들의 한복을 통해 당대 시대적 분위기와 트렌드를 키워드로 알아봅니다.
🌱 검소하고 은은하지만, 기품 있게
(좌) 육영수 여사 한복, (우)이희호 여사 한복 / 사진 대통령기록관
육영수 여사는 검소하지만 단정하고 자연스러운 한복차림을 고수하며 '영부인 의상의 교과서'로 평가되어왔습니다. 황금색, 주황색, 미색 등의 밝고 은은한 색상을 선호했으며 공식 석상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한복을 즐겨 입었는데요.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었던 시기로, 검소한 한복차림을 추구한 데는 이러한 시대상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육영수 여사의 한복패션은 당대 여성들 사이에 큰 인기였고 그 영향으로 한복 시장과 한복용 섬유산업이 함께 발전했습니다.
이희호 여사는 진취적인 성향으로 실용성과 검소함을 추구했기 때문에 맞춤옷보다는 기성복을, 전통 한복보다 개량한복을 선호했는데요. 연한 옥색과 연보라색, 미색 등의 은은한 색상의 명주로 된 소재가 주를 이뤘고 디자인 역시 단정하고 점잖은 한복을 착용했습니다. 두 여사 모두 한복의 활동성과 실용성을 강조해 치마폭을 좁히고 소매나 치마 길이가 일반 한복보다 짧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국외 방문 시에는 한국적인 상징물을 수놓은 한복을 입었는데요. 육영수 여사의 경우 옅은 노란색 천에 주황색의 무궁화 무늬를, 이희호 여사는 흰색을 바탕으로 저고리와 치마 밑단에 만개한 무궁화를 그려 넣어 단아하면서도 기품 있는 이미지를 연출했습니다.
🌹 화려하고 개성있게

(좌) 이순자 여사 한복, (우) 권양숙 여사가 스페인 국빈 방문시 착용했던 한복 / 사진 대통령기록관
이순자 여사는 역대 영부인 중 가장 화려한 한복을 입었습니다. 저고리 깃과 소매, 고름, 치마 밑단에 화려한 금박 장식과 수를 놓았고 풍성한 치마를 선호했습니다. 또한 제11대 대통령 취임식과 해외 순방 중에는 조선시대 중전들이 입던 화려한 당의를 입어 화제를 모았는데요. 이러한 이순자 여사의 행보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의견과, 한복 디자인의 폭을 넓히고 이를 대중화했다는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권양숙 여사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을 착용했는데요. 중요한 행사에는 치마와 저고리 색을 통일해 단아하게 연출했으며, 이전 영부인들은 잘 입지 않았던 빨강, 노랑, 파랑 등 원색 위주의 한복을 과감히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해외 국빈 방문 시에는 한국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조선시대 예복을 착용하거나 한복 전체에 금박을 찍어내는 화려한 디자인을 선보였는데요. 스페인 국빈 방문 시 착용했던 한복의 경우 초록색 천 위로 화려한 금분의 모란무늬가 수놓아져 있으며 전통한복의 금박 장식 위치와는 반대로 저고리 깃이나 치마 밑단을 제외한 전면에 금분을 그려 매우 화려한 이미지를 주었습니다.
소재 이야기, 여름이니까 모시 ☀️🌊 
모시 화보, 한복 김혜순 / ⓒ에이피씨웍스
모시는 한복의 정갈함을 극치로 이어주는 옷감이다.
모시의 소색(素色)은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 색이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백색이다. 이러한 소색은 한복의 조형미에서 소박하며, 섬세하고, 청아함을 발휘한다.
한국인이 오랫동안 애용하는 전통 직물 중 하나로 명주, 무명, 삼베와 함께 대표적인 평직물로 제작 과정이 까다롭고 고도의 기술과 공정으로 만들어지는 옷감이다. 모시풀의 껍질을 여러 번의 공정을 통해 가늘게 실로 만들어 짜낸다.
모시는 저마, 모, 모시베 등 다양하게 명명되어 ≪삼국사기≫부터 모시의 생산과 교류 내용이 각종 고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특히 고려시대 때 모시 제직의 최성기를 맞아 다양한 직조 기술을 활용하여 세저·문저포·사저포 등 여러 종류의 모시를 생산해 주변국과의 교류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왕과 서민 할 것 없이 백저포라는 흰 모시 종류의 옷을 많이 착용하였고, 꽃문양의 문저포는 원나라 공주에게 선물했다는 기록도 있을 만큼 옷감으로의 가치가 높았다.


모시원단(위), 전통모시짜기 과정(아래) / 한산모시 방연옥 국가무형문화재, ⓒ에이피씨웍스
모시의 생산 지역은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으로 집중된다. 특히 충청도 서천의 한산지역의 모시는 우수한 품질과 기술로 유명하다. 아주 곱디고운 세모시를 비롯해 한산지역의 모시짜기는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로 등재되었으며 보호하고 전승해야 할 전통문화로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모시는 현재 대중화와는 맞지 않는 여러 단점으로 인해 산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모시의 고급화 전략이 대표적이다. 전통문화의 상징인 한복의 대표적인 여름 옷감이자 특별하게 입는 전통문화의 하이엔드 콘텐츠로 변모하고 있다.
🔎 한국적 정체성 첫번째 시리즈, '갓'

ⓒ에이피씨웍스
개항기에 조선을 방문한 프랑스 민속학자 샤를르 바라는 신분과 상관없이 다양한 모자를 쓰고 있는 조선인들의 모습을 보고 조선을 ‘모자의 왕국’으로 불렀다. 프랑스 화가 조세프 드 라 네지에르는 ‘모자에 관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자문해줘도 될 수준’이라며 모자 제작에 대한 우리의 기술력을 칭송했다.
우리 선조들에게 모자는 일상 속 중요 패션 소품이었다. 익의 『성호전집』에는 ‘무릇 관은 덕을 이루는 표상이니 차림새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이다.’라고 하였으며, 이덕무는 『사소절』에서 ‘선비는 아무리 바쁘고 피곤하더라도, 머리 위에 관모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기록을 남겼다. 즉, 갓을 비롯한 모자는 시대의 가치관을 ‘의(衣)’로 표현하는 과정의 마침표였다.
갓일 제작과정 / 사진 문화재청
갓은 숙련된 기술로 만들어지는 고도의 수공예 작업으로, 재료·형태·제작법이 다양하게 발전하면서 여러 종류가 만들어졌고 점차 용도나 신분에 따라 달리 착용하는 관모로 변화했다. 갓은 초립, 흑립, 전립, 주립, 백립 등으로 분류되며 흑립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모양이다. 머리카락처럼 가는 죽사나 말총을 엮어 흑칠한 것으로 제작 방법이 섬세해서 주로 사대부들이 사용했으며 외출하거나 가장 많이 착용한 조선시대 대표적인 모자로 다양한 형태의 의복과 어우러진다.
갓의 귀의 양옆으로 늘어뜨리는 갓끈은 갓의 단조로움을 소박하게, 때로는 화려하게 표현해 주는 또 다른 장식요소다. 대나무나 호박, 수정 등의 각종 보석류를 사용했으며 조선 후기 풍속화를 보면 갓끈을 무릎까지 늘어뜨린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에 어울리는 복식은 단연 조선시대 남성의 대표적인 외투, 도포다. 등 뒤에 전삼이라는 뒷자락을 하나 더해, 거침없는 발걸음에 전삼자락이 날리는 뒷모습이야말로 현대 사람들이 사극에서 떠올리는 품위 있는 조선시대 남성의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해 준다.
우리는 이미, 넷플릭스의 ‘킹덤’시리즈를 통해 ‘갓’ 패션의 세계적인 반응을 경험한 바 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우리의 모자는 자랑할 만한 우리 선조의 미적 감각이 담긴 참으로 대단한 전통 유산인 것이다.
발행인 Publisher
박경철 Kyoungcheol Park
뉴스레터 편집장 Editor in Chief
이경근 Gyunggeun Lee
기자 Editor
권혜리 Hyeri Kwon
류연수 Yeunsu Ryu
송윤하 Yoonha Song
신정민 Jeongmin Shin
월간한복 뉴스레터 #1
💁 월간한복 뉴스레터를 소개합니다.
한복 사임당 by 이혜미(여), 무낙(남) / 사진 신선혜 / ⓒ에이피씨웍스
서구 중심의 근대화로 서구의 전통 복식은 현대식으로 변화되어 우리 삶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반면, 한국의 전통 복식은 일상에서 다소 벗어난 존재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일상복이 아닌 '혼례' 같은 특별하고 상징적인 행위에서도 점점 외면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복'은 직역하면 '한국의 옷'이라는 뜻임에도 현대 복식과는 다르게 그 인식이나 이미지가 과거에 머물러 있거나, 일부 요소에 대한 고정 관념 또한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복을 통해 한반도라는 지역과 환경, 그리고 누적된 문화와 역사 안에서 우리의 의복 문화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 맥락과 멋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류라는 문화 현상 안에서 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며 그런 노력에 대한 관심과 환호 또한 존재합니다. 한복이 그저 옛 문화로 남겨지기보다는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입고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움으로, 복식문화이자 패션으로도 확장될 수 있기를 바라며 한복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월간한복 레터'를 통해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다양한 취재와 논의를 통해 한국적 정체성의 의미와 복식문화의 멋, 두 가지 모두를 발견할 수 있는 한복 씬이 자라나길 바랍니다. 월간한복 뉴스레터에는 1. 한복에 대한 최근 소식과 2. 인터뷰 그리고 3. 소재, 양식, 역사, 문화재 등 한복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복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한복 짓는 이들의 이야기, 함께 참여해주세요!
"어디까지가 전통인가?"
한옥, 한복, 공예 모든 분야에 걸쳐 가장 화두가 되는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다운 것'은 계속해서 변해갑니다. 하지만 한국은 근대에 일제강점기라는 역사, 문화적 단절의 시기를 겪으며 '전통'을 그 이전의 것으로 정의하는 경향이 존재하는데요. 하여 그것이 현대적으로 변화할때 여러 대립이 발생하기도 하고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월간한복 레터로 다양한 한복 제작자들이 생각하는 한복이 무엇인지 듣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합니다.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의 가치관과 의견을 존중하며 이해를 바탕으로 공감대를 넓혀, 적어도 어떤 범위로 규정될 수 있는 동시대의 한복에 대해 알아가고자 합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한복에 대한 궁금증이나 이야기를 듣고 싶은 한복 디자이너, 브랜드를 알려주세요.
다음 뉴스레터부터 한복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어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이 반영된 월간한복 레터를 만나보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한복 이야기에 함께 참여해주세요!
📩 톺아보기 - 영부인의 한복들

(상) 베트남 주석 배우자 친교 행사, (하) 제33회 한산모시 문화제 / 사진 대통령실
월간한복 레터에서는 매 호마다 최근 쟁점이 됐던 한복 소식을 풍부하게 구성하여 전할 예정입니다.
늘 그렇듯 대통령의 외교 순방은 여러모로 많은 관심을 받는 일입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그 관심의 대상은 매우 다양한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영부인의 의상이 주목받곤 합니다. 최근 베트남 방문 일정에서 김건희 여사는 베트남 전통 복식 '아오자이'를 착용하는 것으로 예를 갖췄습니다. 대한민국 영부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공식 행사에 베트남 전통 복식을 착용한 것이었습니다.
이전 미국 방문에서는 동포간담회 일정을 고려하여 한복을 착용하였으며, 서산시 방문에는 특산물이자 무형문화재인 한산모시 한복을 입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당시에는 영부인 첫 공식 석상임에도 정장이 아닌 하얀 정장을 착용하여 주목받았습니다.
영부인의 패션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대통령과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한국의 영부인들에게는 대통령 취임식을 비롯한 공식 석상에서 전통성이 반영된 ‘한복’을 입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있었는데요. 과거에는 취임식에서 영부인이 한복을 입는 것이 당연시됐지만, 이에 대한 관념도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 여겨지며 변화하고 있습니다.
역대 영부인들의 한복을 통해 당대 시대적 분위기와 트렌드를 키워드로 알아봅니다.
🌱 검소하고 은은하지만, 기품 있게
(좌) 육영수 여사 한복, (우)이희호 여사 한복 / 사진 대통령기록관
육영수 여사는 검소하지만 단정하고 자연스러운 한복차림을 고수하며 '영부인 의상의 교과서'로 평가되어왔습니다. 황금색, 주황색, 미색 등의 밝고 은은한 색상을 선호했으며 공식 석상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한복을 즐겨 입었는데요.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었던 시기로, 검소한 한복차림을 추구한 데는 이러한 시대상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육영수 여사의 한복패션은 당대 여성들 사이에 큰 인기였고 그 영향으로 한복 시장과 한복용 섬유산업이 함께 발전했습니다.
이희호 여사는 진취적인 성향으로 실용성과 검소함을 추구했기 때문에 맞춤옷보다는 기성복을, 전통 한복보다 개량한복을 선호했는데요. 연한 옥색과 연보라색, 미색 등의 은은한 색상의 명주로 된 소재가 주를 이뤘고 디자인 역시 단정하고 점잖은 한복을 착용했습니다. 두 여사 모두 한복의 활동성과 실용성을 강조해 치마폭을 좁히고 소매나 치마 길이가 일반 한복보다 짧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국외 방문 시에는 한국적인 상징물을 수놓은 한복을 입었는데요. 육영수 여사의 경우 옅은 노란색 천에 주황색의 무궁화 무늬를, 이희호 여사는 흰색을 바탕으로 저고리와 치마 밑단에 만개한 무궁화를 그려 넣어 단아하면서도 기품 있는 이미지를 연출했습니다.
🌹 화려하고 개성있게

(좌) 이순자 여사 한복, (우) 권양숙 여사가 스페인 국빈 방문시 착용했던 한복 / 사진 대통령기록관
이순자 여사는 역대 영부인 중 가장 화려한 한복을 입었습니다. 저고리 깃과 소매, 고름, 치마 밑단에 화려한 금박 장식과 수를 놓았고 풍성한 치마를 선호했습니다. 또한 제11대 대통령 취임식과 해외 순방 중에는 조선시대 중전들이 입던 화려한 당의를 입어 화제를 모았는데요. 이러한 이순자 여사의 행보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의견과, 한복 디자인의 폭을 넓히고 이를 대중화했다는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권양숙 여사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을 착용했는데요. 중요한 행사에는 치마와 저고리 색을 통일해 단아하게 연출했으며, 이전 영부인들은 잘 입지 않았던 빨강, 노랑, 파랑 등 원색 위주의 한복을 과감히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해외 국빈 방문 시에는 한국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조선시대 예복을 착용하거나 한복 전체에 금박을 찍어내는 화려한 디자인을 선보였는데요. 스페인 국빈 방문 시 착용했던 한복의 경우 초록색 천 위로 화려한 금분의 모란무늬가 수놓아져 있으며 전통한복의 금박 장식 위치와는 반대로 저고리 깃이나 치마 밑단을 제외한 전면에 금분을 그려 매우 화려한 이미지를 주었습니다.
소재 이야기, 여름이니까 모시 ☀️🌊
모시 화보, 한복 김혜순 / ⓒ에이피씨웍스
모시는 한복의 정갈함을 극치로 이어주는 옷감이다.
모시의 소색(素色)은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 색이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백색이다. 이러한 소색은 한복의 조형미에서 소박하며, 섬세하고, 청아함을 발휘한다.
한국인이 오랫동안 애용하는 전통 직물 중 하나로 명주, 무명, 삼베와 함께 대표적인 평직물로 제작 과정이 까다롭고 고도의 기술과 공정으로 만들어지는 옷감이다. 모시풀의 껍질을 여러 번의 공정을 통해 가늘게 실로 만들어 짜낸다.
모시는 저마, 모, 모시베 등 다양하게 명명되어 ≪삼국사기≫부터 모시의 생산과 교류 내용이 각종 고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특히 고려시대 때 모시 제직의 최성기를 맞아 다양한 직조 기술을 활용하여 세저·문저포·사저포 등 여러 종류의 모시를 생산해 주변국과의 교류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왕과 서민 할 것 없이 백저포라는 흰 모시 종류의 옷을 많이 착용하였고, 꽃문양의 문저포는 원나라 공주에게 선물했다는 기록도 있을 만큼 옷감으로의 가치가 높았다.
모시원단(위), 전통모시짜기 과정(아래) / 한산모시 방연옥 국가무형문화재, ⓒ에이피씨웍스
모시의 생산 지역은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으로 집중된다. 특히 충청도 서천의 한산지역의 모시는 우수한 품질과 기술로 유명하다. 아주 곱디고운 세모시를 비롯해 한산지역의 모시짜기는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로 등재되었으며 보호하고 전승해야 할 전통문화로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모시는 현재 대중화와는 맞지 않는 여러 단점으로 인해 산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모시의 고급화 전략이 대표적이다. 전통문화의 상징인 한복의 대표적인 여름 옷감이자 특별하게 입는 전통문화의 하이엔드 콘텐츠로 변모하고 있다.
🔎 한국적 정체성 첫번째 시리즈, '갓'
ⓒ에이피씨웍스
개항기에 조선을 방문한 프랑스 민속학자 샤를르 바라는 신분과 상관없이 다양한 모자를 쓰고 있는 조선인들의 모습을 보고 조선을 ‘모자의 왕국’으로 불렀다. 프랑스 화가 조세프 드 라 네지에르는 ‘모자에 관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자문해줘도 될 수준’이라며 모자 제작에 대한 우리의 기술력을 칭송했다.
우리 선조들에게 모자는 일상 속 중요 패션 소품이었다. 익의 『성호전집』에는 ‘무릇 관은 덕을 이루는 표상이니 차림새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이다.’라고 하였으며, 이덕무는 『사소절』에서 ‘선비는 아무리 바쁘고 피곤하더라도, 머리 위에 관모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기록을 남겼다. 즉, 갓을 비롯한 모자는 시대의 가치관을 ‘의(衣)’로 표현하는 과정의 마침표였다.
갓은 숙련된 기술로 만들어지는 고도의 수공예 작업으로, 재료·형태·제작법이 다양하게 발전하면서 여러 종류가 만들어졌고 점차 용도나 신분에 따라 달리 착용하는 관모로 변화했다. 갓은 초립, 흑립, 전립, 주립, 백립 등으로 분류되며 흑립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모양이다. 머리카락처럼 가는 죽사나 말총을 엮어 흑칠한 것으로 제작 방법이 섬세해서 주로 사대부들이 사용했으며 외출하거나 가장 많이 착용한 조선시대 대표적인 모자로 다양한 형태의 의복과 어우러진다.
갓의 귀의 양옆으로 늘어뜨리는 갓끈은 갓의 단조로움을 소박하게, 때로는 화려하게 표현해 주는 또 다른 장식요소다. 대나무나 호박, 수정 등의 각종 보석류를 사용했으며 조선 후기 풍속화를 보면 갓끈을 무릎까지 늘어뜨린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에 어울리는 복식은 단연 조선시대 남성의 대표적인 외투, 도포다. 등 뒤에 전삼이라는 뒷자락을 하나 더해, 거침없는 발걸음에 전삼자락이 날리는 뒷모습이야말로 현대 사람들이 사극에서 떠올리는 품위 있는 조선시대 남성의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해 준다.
우리는 이미, 넷플릭스의 ‘킹덤’시리즈를 통해 ‘갓’ 패션의 세계적인 반응을 경험한 바 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우리의 모자는 자랑할 만한 우리 선조의 미적 감각이 담긴 참으로 대단한 전통 유산인 것이다.
발행인 Publisher
박경철 Kyoungcheol Park
뉴스레터 편집장 Editor in Chief
이경근 Gyunggeun Lee
기자 Editor
권혜리 Hyeri Kwon
류연수 Yeunsu Ryu
송윤하 Yoonha Song
신정민 Jeongmin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