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한옥 레터 #62] 복원에서 보존으로, 문화유산과 건강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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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한옥 뉴스레터 62호

  • 2024년, 월간한옥의 시작을 떠올리며
  • 국보 1호 숭례문 방화, 그 이후 15년
  • 문화재에 대한 인식, 관심과 무관심의 양극화
  • 반달리즘(Vandalism), 문화재를 파괴하는 행위
  • 월간한옥이 추천하는 전시, 한옥으로 표현한 지속가능성과 사물의 쓰임
  • 월간한옥 신간 예고!



2024년, 월간한옥의 시작을 떠올리며

경복궁 / 사진 월간한옥 


안녕하세요. 월간한옥 편집부입니다. 2024년 첫 뉴스레터로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작년 한 해도 월간한옥의 이야기를 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월간한옥은 올해로 8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매해 그래왔던 것처럼 한국적 정체성을 살피고 나누기 위해 분주한 한 해를 보내려고 합니다.

지난달 훼손된 경복궁 영추문 담장이 복원작업을 거쳐 훼손 이후 19일만인 1월 4일에 다시 공개됐습니다. 1차 훼손을 지시한 배후의 진범은 검거되지 않았지만, 훼손범에게는 약 1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청구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월간한옥 편집부는 이번 사건 소식을 접하며, 지난 숭례문 방화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숭례문 방화사건 당시 해외에서 그 소식을 접했던 박경철 발행인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서울 한가운데, 국보 1호인 숭례문이라 당시 방화 사건은 해외 매체에서도 주목했고 "숭례문이 너에게는 어떤 의미야?"라는 현지 지인의 질문에, 깊은 고민에 빠진 그는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전통목수일을 배우고, 월간한옥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경복궁 영추문 담장 훼손 사건은 월간한옥의 시작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8년의 숭례문 방화 사건부터 2023년의 경복궁 훼손까지, 15년 간 우리가 문화재를 대하는 태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그 이후 15년

숭례문 / 사진 월간한옥 


2008년 12월 저녁 8시 50분, 숭례문 방화 사건이 발생한 지도 어느덧 5,800일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그로 인한 피해는 수치로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며, 당시 방화로 인해 숭례문 문루 2층의 90%가 전소되었습니다. 이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많았으며, 유명인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숭례문을 기리는 마음으로 현장을 찾아올 정도였죠.


문재의 발단은 부동산 개발이었습니다. 70세 남성이 개발 보상액에 불만을 가져 방화까지 저지르게 된 것이며, 그는 이전에도 창경궁에 불을 질러 집행유예와 추징금 선고를 받은 적 있던 동일 범죄 전과자였습니다. 이후 현장 검증 자리에서 그는 "인명 피해가 없었으면 됐지 문화재야 복원하면 그만 아니냐"라는 말로 공분을 샀습니다.


숭례문 / 사진 월간한옥

 

숭례문 방화사건에 충격이 컸던 이유는 서울 중심에서 매일 같이 지나다니던 자리에 국보 1호였기 때문도 있지만, 이후 화재 진압과 복원 과정에서 보인 문제점 또한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고건축 화재에 대한 매뉴얼과 훈련이 갖춰져 있지 않았죠. 때문에 소방차가 열심히 물을 퍼부었지만 한옥 지붕의 방수력으로 내부까지 닿지 못했으며, 이후 복원 과정에 있어서도 금강송의 조달과 단청에 사용되는 염료의 사용 등 전통성과 원형 왜곡에 대한 잡음이 크고 작게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후 숭례문은 국보 1호의 지위를 유지하며, 다시금 활기를 되찾아 많은 이들이 찾고 있습니다. 사건 이후 문화재의 관리, 보호 체계에 대한 점검과 보완이 이루어지며, 한편으로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만, 우리가 봐왔던 숭례문은 사라진 과거로 남게 되었습니다.

숭례문 / 사진 월간한옥 


당시 사건으로 문화재청장 직에서 물러나게 됐던 유홍준 전 청장은 한 방송에서 이때를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숭례문의 운명과 나의 운명은 오버랩이 됐다. 내가 아무리 문화유산에 대해서 잘했다고 할지라도 국보 제1호 숭례문 화재 시절에 문화재청장이었다는 것은 죽고 난 다음에도 기록에 남을 것이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소방관들을 대신해 기와를 뜯어냈을 것이다."

 

그의 말에서 되찾을 수 없는 가치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15년이 지나 서울의 중심에 자리한 가장 대표적인 건축유산인 경복궁 영추문 담장 훼손은,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가 주목받고 있는 시점에서,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고찰해 봐야 할 계기가 되었습니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 관심과 무관심의 양극화

경복궁 영추문 담장 복원 작업 / 사진 문화재청 


경복궁 영추문 담장 훼손 사건은 현재 2차 훼손범과 직접 범죄를 가담한 1차 훼손범은 검거되었으나, 1차 훼손범의 경우 10대 청소년이며 그들에게 범죄를 사주한 배후 교사범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사건은 이전의 숭례문 방화 사건과는 다르게 국가에 대한 분노가 아닌 '영화공짜'라는 영추문에 새겨진 낙서처럼 특별한 동기나 목적이 아닌 '홍보'라는 단순한 이유로, 다소 가볍고 황당하게 벌어졌습니다. 이에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 실망감과 분노를 표현하거나, 나아가 그 인식 수준이 더 퇴보했다고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2차 훼손범은 검거 후 자신의 행동은 범죄가 아닌 예술이기 때문에 죄송하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가 낙서 정도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발언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긍정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사실 '낙서' 같은 문화재 훼손 행위는 계속 있어왔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경복궁'이라는 문화유산의 특성과 장소, 크기 등에 있어서 사안이 무겁긴 하지만 일부에서는 공공연하게 발생해왔던 문화재 훼손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죠.


하여 이를 칭하는 표현에 있어서도 '낙서'와 '훼손' 등으로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으며 일부에서는 '테러'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2023년 환수된 대동여지도 목판본 /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과거 전쟁이 만연하던 시대에도 상대 국가의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행위는 피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로 여겨졌습니다. 상대방의 문화유산을 멋대로 파괴하는 행위는 곧 자국의 문화유산을 파괴해도 된다는 명분을 제공하는 것으로 실제로 상부의 명령을 거절하며 문화유산의 파괴를 반대한 사례가 알려져 있을 정도죠.


문화유산은 시간에 의해 자연스럽게 훼손되기도 하지만 소도시나 도심에서 벗어난 관광지에서 인식과 경각심의 부족으로 훼손되는 경우도 잦습니다. 문화유산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관심이 늘어 환수와 복원이 점차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전시 기획을 통해 대중과 소통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문화유산이 부동산 개발에 방해가 된다든지, 관광 기념 사진 촬영 도중에 혹은 특별한 동기나 목적도 없이도 훼손이 발생하고 있어 인식개선은 물론 감시기능과 제도, 법적 처벌 등 현실적인 개선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달리즘(Vandalism), 문화재를 파괴하는 행위

1977년 화재로 소실되기 이전 도갑사 대웅보전 / 사진 월간한옥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 등을 통해 문화재를 파괴하는 행위는 늘 있었습니다. 이를 칭하는 반달리즘(Vandalism)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죠. 실제로 전쟁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문화유산은 훼손, 약탈되었습니다. 일부 약탈된 문화재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일은 아직도 진행형이죠. 최근에는 국제 범죄 단체인 IS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팔미라 유적'을 파괴하며 국제적인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전쟁은 비교적 드문 일이 되었고, 문화유산과 관련된 법과 체계가 있음에도 문제는 계속 생겨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부동산 개발과 관련하여 문화재 보호법이 잘 지켜지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2021년 국정감사 때 조사된 바로는 10년간 적발만 291건으로 담당인력의 부족 등으로 인한 단속능력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기도 했죠.

화재로 인해 소실 후 중층으로 복원된 도갑사 대웅보전 / 사진 월간한옥 


작년 10월에는 관광잠수함으로 인해 제주 서귀포 문섬 일대의 절대보전구역 630여 제곱미터 가량이 훼손되었지만 고의성이 없었다는 수사 결과로 인해 무혐의 처분이 되기도 했습니다. “절대 보존 구역인 줄 몰랐다.”라는 잠수함 업체의 증언에 따라 고의성을 증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나라 전체가 문화재라고도 불리는 이탈리아는 어떨까요? 작년 8월에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바사리 회랑’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낙서를 한 20대 독일인들이 약 1만 유로(한화 약 1430만 원)의 벌금과 최소 6개월에서 최대 3년의 징역형이 내려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2017년 중국에서는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산청산에서 3명의 관람객이 자연물을 훼손하여 10억에 달하는 벌금형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월간한옥은 겨울호를 제작하며 부여에 위치한 한국전통문화대학교로 취재를 나가 전통건축학과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학생들은 한국의 전통적인 구법과 미의식을 담은 건축물을 설계하고 짓는 것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배우고 알아갈수록 문화유산의 복원, 나아가서는 복원 이전의 보존에 대한 관심과 필요를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과 / 사진 월간한옥 


복원 작업도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복원 작업 이전에 원형의 보호,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찬가지죠. 건강은 한 번 나빠지면 좀처럼 좋아지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나빠지지 않도록 평소에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새해가 되면 꼭 하는 것 중에 하나가 건강 관리에 대한 다짐입니다. 문화재도 우리 건강도 잘 지켜갈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월간한옥 38호는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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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한옥이 추천하는 전시, 한옥으로 표현한 지속가능성과 사물의 쓰임

<Small Ceremonies, 바다와 우리의 안녕을 위한 의식> 전시 포스터


영국 아티스트 엠마 위터의 아시아 첫 전시 <Small Ceremonies, 바다와 우리의 안녕을 위한 의식>이 1월 21일까지 서촌의 어피스어피스(a piece a peace)에서 개최됩니다. 엠마 위터는 영국의 공예가로 조개껍데기, 작은 동물의 뼈, 알껍데기 등을 공예의 재료료 활용하여 쓰레기로만 보였던 것에 새로운 가치와 생명력을 부여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녀는 어피스어피스의 레지던시에 참여하며 몇 주간 서촌에 머물렀고, 생활하며 바라본 장면 속에서 한국적인 영감을 발견하였습니다.


겹겹이 쌓인 기와지붕과 군집된 한옥집들, 원형 불판에 둘러앉아 일상을 나누는 한국식 바비큐, 비 오는 날 신었던 옛 나막신은 작가에게 영감이 되어 작품으로 탄생했습니다. 전시장에서 먼저 눈길을 끄는 건 통창 너머로 보이는 한옥들과 똑 닮은 ‘맛조개 한옥(Razor Clam Hanok1,2,3)’으로 버려지는 조개껍데기와 택배 박스, 스티로폼 등을 활용해 만든 것입니다.

<맛조개 한옥(Razor Clam Hanok 1, 2, 3)>


 작가는 쓸모를 다해 버려진 재료들에서 가능성을 발견하여 새롭게 탄생시켰고, 맛조개한옥은 자신의 쓸모는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하며 당당한 모습으로 서촌 한옥들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한 채의 한옥이 아닌 군집되어 모여있는 모습이 비로소 작품의 완성임을 말했고, 창밖 한옥 모습처럼 그녀의 작은 한옥에도 소금눈이 내렸습니다. 이외에도 서촌에서 수집한 조개껍데기로 만든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오브제들은 공간에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를 더합니다.

<맛조개 한옥(Razor Clam Hanok 1, 2, 3)>


엠마 위터는 어렸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달팽이 껍데기, 돌 등 자연의 작은 발견물들을 수집하였고, 한때 살아있던 것들로 작품을 만드는 행위가 그 안에 남아있는 기억을 기리기 위한 특별하고 작은 장례(葬禮)처럼 여겨진다고 말합니다. ‘Small Ceremonies’ 전시장에서 이러한 작가의 창작 의도를 떠올리고, 새해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는 ‘작은 의식’들에 참여해 보세요.


<Small Ceremonies, 바다와 우리를 위한 의식>, 엠마 위터

  • 전시장소: 어피스어피스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48, 4F) 
  • 전시기간: 24년 1월 21일까지
  • 영업시간: 수-금 14:00~19:00


어피스어피스(a piece a peace) SNS


[신간 예고] 월간한옥 38호 <백남준>

2024년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올해는 뉴욕, 파리, 그리고 한국을 잇는 세계 최초의 위성아트쇼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4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당시대는 위성기술이 전쟁과 무기 개발을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을 꿈꾸었던 예술가 백남준은 세계가 기술에 대한 공포와 우려로 뒤덮인 속에서도 인공위성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통의 예술로써 활용했습니다. 월간한옥은 백남준의 예술 세계와 철학에 집중하여 끊임없는 기술 개발의 시대 속에서 우리 문화의 올바른 계승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한국적 정체성'을 중심으로 새롭게 조명하는 백남준의 진짜 이야기를 지금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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