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한옥 레터 #59] 월간한옥 편집부의 출장기, 책에는 보이지 않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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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한옥 뉴스레터 59호

  • 월간한옥의 과정, 책 뒤편에 보이지 않는 것들 🧐
  • 📖책을 주고, 💌마음을 받다.
  • <낭주>와 하정웅
  • '영암군립 하정웅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 🖼️
  • ✈️ 월간한옥은 도쿄에서 무엇을 했을까?

월간한옥의 과정, 책 뒤편에 보이지 않는 것들 🧐

월간한옥의 10월 출장지, 사진 월간한옥 


날씨가 꽤 쌀쌀해졌습니다. 올 한 해도 저물어 가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데요. 매년 한 해를 정리할 무렵이면, 올해 무엇을 했는지 그 결과물들을 떠올리며 뿌듯함도 느끼지만 때로 아쉬움이나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하죠. 이럴 땐, 뻔한 이야기지만, 결과만큼이나 치열했던 과정들을 떠올리며 우리의 한 해를 조금 더 가치 있게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모든 결과물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고민과 치열함이 있죠. 월간한옥도 마찬가지입니다. 책 한 권이 나올 때까지 많은 과정을 지나며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탄생합니다. 실제로 잡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진 섭외, 취재처 협조, 촬영 허가, 일정 조율 등은 좋은 사진과 글을 만들어 내는 일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죠. 때로는 치열하기까지 합니다. 책이 나온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독자를 만나고, 더 잘 전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죠.


취재에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책을 전하는 일도 그중 하나입니다. 지난 10월, 월간한옥 편집부는 37호 <낭주>를 담은 가방을 메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바다 건너 편집부가 향한 곳은 어디였을까요.


📖책을 주고, 💌마음을 받다

도쿄 사이타마현 / 사진 월간한옥 


지난여름, 월간한옥 편집부는 재일교포 미술품 수집가이자 작가인 동강 하정웅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무더운 도쿄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월, 어느덧 선선해진 도쿄를 다시 찾았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도쿄 외곽 도시에 도착해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첫 만남과 다른 재회의 반가움이 있었습니다.

 동강 하정웅과 월간한옥 발행인 박경철 / 사진 월간한옥


하정웅 작가는 반가운 표정으로 월간한옥 편집부를 맞이하며 정말 책을 주러 한국에서 여기까지 온 거냐며 거듭 되물었습니다. 거실에 둘러앉아 차를 나눠 마시며 떨리는 마음으로 월간한옥 <낭주>를 함께 펼쳐봤습니다. 그는 본인의 인터뷰 사진을 보고는 완전 늙은 노인이 찍혀버렸다며 농담으로 쑥스러운 마음을 감췄습니다. 그러고는 한동안 책을 바라보다, 눈시울을 조금 붉히며 자신이 평생 일궈온 것들의 가치를 알아봐 주어 고맙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가나자와 미술관팀과 하정웅, 사진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 


하정웅 작가는 유년시절에 미술 작가로서의 꿈을 재일교포라는 이유로 펼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품고 지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일평생 대부분을 힘든 여건 속에서 생을 이어가는 재일교포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는 것으로 대신 풀어냈습니다. 그렇게 평생에 걸쳐 수집했던 그의 수집품은 오랜기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2000년대에 돼서야 조금씩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해 국내에서는 광주와 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영암군의 하정웅미술관 설립까지 이어졌습니다.

 박보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화환 / 사진 월간한옥


하정웅은 미술품 수집가로 알려졌지만, 유년 시절부터 작가로서 꿈을 간직하고 틈틈이 그림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 표지를 장식한 사진 속 그림도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아키타의 다자와 호수를 그린 것입니다. 하정웅 작가는 사진을 보며 인터뷰 이후 3개월 동안 한 번도 그림에 손대지 못했다면서 웃어 보였습니다. 하정웅 작가는 최근에는 한국에서 화환도 받았고, 조만간 한국어로 쓰인 에세이도 출간된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어느덧 여든을 지난 나이임에도 그의 표정과 눈빛에서 드러난 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은 여전히 두근거림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월간한옥 <낭주>를 펼쳐보고 있는 하정웅 작가 / 사진 월간한옥 


월간한옥은 매호 여러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인터뷰가 아니더라도 취재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독자께 책을 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그분들에게,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전할 때 찾아오는 기대와 걱정이 있습니다. 책을 만드는 마음과 그 과정에서의 노력 같은 것들이 더도 말고 정직하게만 닿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마음이 상대에게 잘 닿았을 때 감사한 마음과 보람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매번 모든 일이 그럴 수는 없지만, 이런 순간이 잡지를 만드는 여러 의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 편집부의 출장길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뉴스레터를 통해 월간한옥의 과정책 뒤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낭주>와 하정웅

월간한옥 N.37 <낭주>, 동강 하정웅 인터뷰 부분 


'월간한옥 37호 <낭주>에서 하정웅 선생의 이야기를 다룬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쯤 되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 질문인데요. 낭주, 오늘날의 영암군은 하정웅 선생 부모의 고향으로 그에게는 제2의 고향처럼 여겨지는 곳입니다. 하정웅 선생은 수십 년에 걸쳐 모아온 재일교포 작가들의 미술품을 지방 소도시들에 기증해 왔습니다. 서울의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시립미술관에서도 연락이 왔었지만, 지방 도시의 문화 육성을 위해 정중히 거절했죠. 여러 소도시 중 문화예술의 창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했던 영암군의 노력이 하정웅이라는 사람과 만나 2012년 '영암군립 하정웅미술관'이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영암군립 하정웅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 🖼️

 

이우환, 다이얼로그, 2013, 181.8x227.3㎝, 유채 / 사진 영암군립 하정웅 미술관 제공

이타미 준 설계도, 입면도, 1989, 59.4X84.6cm, 종이에 인쇄 / 사진 영암군립 하정웅 미술관 제공


하정웅 선생은 전국에서 영암에 가장 많은 작품을 기증했는데요. '영암군립 하정웅미술관'에 자리한 그의 기증품은 4,572점에 달합니다. 기증된 컬렉션은 '호안 미로,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등 해외 거장들의 작품들부터 '이우환, 곽인식, 손아유, 전화황' 등 재일 작가 중심의 작품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과거 하정웅 선생이 이우환 작가의 해외 전시를 위해 거금을 흔쾌히 내어준 일화도 유명한데요. '영암군립 하정웅미술관'의 이우환 컬렉션에는 작가의 작품은 물론 이우환이 하정웅에게 보낸 연하장들까지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특별한 소장품으로 이타미준이 디자인한 '기도의 미술관' 입면도를 포함한 설계도가 있습니다. 하정웅은 본래 자신이 수집한 작품들을 기반으로, 일본 다자와 호수 인근에 강제로 수력발전소 공사에 동원된 조선인을 추모하기 위한 '기도의 미술관'을 설립하려 했습니다. 그때 건축가 이타미준이 참여하게 되었죠. 당시 한일 관계가 냉각되며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하정웅 선생의 열망은 이 설계도에 남아 있습니다.  

월간한옥 37호 <낭주> 


월간한옥의 59번째 뉴스레터에서는 월간한옥 편집부가 도쿄로 날아가 직접 전해 들은 하정웅 선생님의 미술에 대한 열정과 재일교포를 향한 염원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작품 기증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꿈이 어떻게 '영암군립 하정웅미술관'의 창립으로 이어졌는지도 알아봤죠. 짧은 레터에 못다 한 하정웅 선생님의 더 많은 이야기와 '영암군립 하정웅미술관'의 특별한 작품들은 월간한옥 N.37 <낭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월간한옥 N.37 <낭주> 보러가기



도쿄에서 월간한옥이 머문 동네

도쿄 아카바네 선술집 / 사진 월간한옥 


이번 출장에서 월간한옥 편집부는 도쿄의 '아카바네'라는 동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근에는 도쿄 내에서도 살고 싶은 동네 순위권에 드는 곳이지만 외국인보다는 현지인이 많은 동네입니다. 웬만한 식당에서는 한국어는 물론 영어도 찾기 힘든 곳들이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카바네는 작은 술집과 노포가 밀집된 곳으로 몇 년 전만 해도 소위 아저씨라고 부르는 이들이 낮술을 마시기 위해 찾는 동네로 유명했던 곳입니다.


최근에는 정비가 많이 되어 이전의 위화감도 찾아보기 힘든 곳이 되었고, 한국과 비슷하게 '노포'라고 하는 것이 유행하여 일본 내에서도 찾는 젊은이들이 꽤나 많다고 합니다. 짧은 기간 아카바네에 머물며 낡은 동네와 아저씨의 흔적, 그리고 젊은이들이 뒤섞여 있는 모습에서 서울의 종로와 을지로가 떠올랐습니다. 오래된 동네의 흔적을 좋아하고 술을 즐기는 분이라면 아카바네에 와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30, 40, 50대의 월간한옥 편집부 3인이 방문한 아카바네의 장소를 추천해 드리며 59번째 뉴스레터를 마칩니다.


편집부의 아카바네 지도




발행인 Publisher

박경철 Kyoungcheol Park


뉴스레터 편집장 Editor in Chief

이경근 Gyunggeun Lee


기자 Editor

송윤하 Yoonha Song

신정민 Jeongmin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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