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한복 레터 #8] 삼국시대부터 시작한 머릿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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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한복 뉴스레터 #8

  • 👀 다이소의 헤어 액세서리
  • 💍 우리나라 머리장신구 이야기
  • 🎀 한류 스타의 머리장신구 스타일링
  • 🎙️ <청현> 인터뷰
  • 📢 한복 전시 소식 <맥脈/락樂>
  • 📌 Editor's Pick <오이뮤 선향>


👀 톺아보기 : 다이소의 헤어 액세서리

다이소 가체 머리띠&자수 머리핀  / 사진 다이소 인스타그램 


다이소가 추석 시즌 제품으로 선보여 인기를 끌었던 가체 머리띠를 기억하시나요? 같은 시리즈에는 호박 배씨 머리띠, 댕기 머리핀 등 전통 장신구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헤어 액세서리가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복식 문화의 일부분으로 머리장식을 사용해 왔습니다. 장신구란 몸을 치장할 때 쓰는 공예품으로 신체에 직접 착용하거나 의복을 입은 표면에 부착하는 등 장식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물건을 의미하는데요. 시대와 문화적 요인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하며 단순한 치장 이상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번 월간한복 레터에서는 우리나라 머리 장신구의 역사와 현대적 활용,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 우리나라 머리장신구 이야기 (1) 삼국시대

'안악3호분 벽화' 디지털 복원본 묘주부인상 부분 /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우리 민족 장신구의 기원은 선사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제사나 의식을 위한 주술적 용품의 성격이 강했는데요. 본격적인 기록은 삼국시대부터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구려 '안악(安岳)3호분 벽화'에는 머리장식을 한 여주인공과 시녀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신라시대에는 많은 가체를 특산품으로 중국에 보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가체'는 치장을 위하여 가발을 머리 위에 얹은 것으로 '다리머리'로도 부르며 줄여서 '다리'라고도 합니다. '다리'는 가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가늘고 긴 머리카락의 묶음을 뜻하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 우리나라 머리장신구 이야기 (2) 조선시대

신윤복, 「단오풍정」, 19세기 초반, 종이에 먹과 채색, 28.2cm×35.6cm, 국보 135호, 《혜원전신첩》/ 간송미술관 소장


조선시대에 이르러 가체는 시골 부녀자들도 사용하는 보편적인 물건이 되었습니다. 18세기 초반에서 19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신윤복의 단오풍정에서 가체를 사용하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조선 후기에 신분구조가 붕괴되면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는 등 현저한 사회적 변화가 생겨났습니다. 이에 따라 여성들이 봉건제도의 속박 안에서 벗어나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가체를 사용하게 됩니다. 당시 '다리'를 수집한 양으로부터 가체가 얼마나 성행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는 '연산 8년 공주의 길례에 다리 1백 50개를 써야 하니 바치게 하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가체가 얼마나 유행했는지 짐작이 되는 문장입니다.


 영친왕비 비취초롱잠 /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멈출 줄 모르는 가체의 성행은 점차 조선후기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다리 구매와 장식 비용을 갖추기 위해 가산을 탕진하는 백성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서로 경쟁하며 가체를 더 아름답게 꾸미려 하다 보니 사치 풍조 역시 만연해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누구나 착용할 수 있는 가체는 유교사상의 신분질서를 해체할 우려가 있었고, 예절을 중시하는 성리학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도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본인을 꾸미는 문화는 부정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 따라 영정조시대(1725-1800년)에는 가체금지령을 내려 화려한 얹은 머리 대신 족두리 사용과 쪽머리를 권장하는 등의 제약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비녀, 댕기와 같은 소규모의 머리장식이 다양하게 발달하게 된 것입니다.  


🎀 한류 스타의 머리장신구 스타일링

에이미 시상식 정호연 - All About Celebrities 유튜브 캡쳐 /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설화수 행사 로제 - 설화수 유튜브 캡쳐 


비녀, 댕기 등의 머리장식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특히 한류 스타가 해당 아이템을 착용하면서 젊은 세대나 국제사회에까지 우리나라 전통 머리장신구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배우 정호연은 2022년 열린 에이미상 시상식에서 '첩지'를 착용하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첩지는 조선시대 왕비를 비롯한 내외명부가 쪽머리의 가르마에 얹어 치장하던 장신구로, 장식과 재료에 따라 신분을 나타냅니다. 인기 K팝 아티스트 블랙핑크의 로제 역시 올해 3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개최된 설화수 행사에서 제비부리댕기와 배씨댕기를 혼합한 액세서리를 착용하여 이목을 집중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프레드 메종 전시 장원영 / VOGUE KOREA 유튜브 캡쳐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은 전통 머리장신구를 착용하여 중국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장원영은 프랑스 파리 프레드 메종 전시에 참여하며 봉황 모양 비녀 "봉잠"을 착용하고 한국의 비녀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를 본 중국 네티즌들은 문화 강탈이라고 비난하며 봉잠을 중국 문화라고 주장했죠. 이에 대하여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봉잠은 봉황 모양으로 만든 한국의 비녀"라고 강조하며 중국 여론을 비판하였습니다. 우리의 것을 자주 보고 접하는 일이 전통문화를 지켜내는 데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되새기게 하는 사건입니다.


금지령까지 내려질 정도로 조선시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가체의 유행. 당시 여성들에게 가체는 화려한 치장을 위한 목적을 넘어 봉건질서의 속박에서 벗어나 본인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자기표현의 용도로 작용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오늘날 한류 스타들이 전통 장신구를 활용한 액세서리를 세계무대에서 선보이는 것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문헌

박영미. (2003). 조선후기 가체유행에 관한 연구.

조혜정. (2008). 고려시대의 머리 모양과 수식 및 화장에 관한 고찰.

최경숙. (2001). 한국 전통미의 조형적 표현 연구 전통장신구를 중심으로.

정금희. (2007). 한국 전통장신구의 고찰을 통한 장신구 디자인 개발에 관한 연구
_조선시대 여성 장신구 디자인 중심으로



🎙️ <청현> 인터뷰

한복과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와 함께 한국적 정체성으로 정의할 수 있는 복식문화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 한국적인 것을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 이번 월간한복 레터에서는 한복을 뮤즈로 현대인의 일상과 전통을 연결하는 브랜드 청현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청현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청현은 한복을 뮤즈로 디자인을 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청현의 디자인은 한복이면서 한복이 아닙니다. 확실한 건 한국의 전통 복식을 뮤즈로 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청현의 근본이자 영감의 원천은 한국의 전통복식입니다. 저는 전통복식의 형태와 소재를 사랑합니다. 애정하는 대상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바라는 건 당연한 마음입니다. 청현의 디자인을 통해 누구나 한복에 한 발 더 가까울 수 있기를, 어떤 한복이든 편하게 즐겨 입을 수 있기를, 그래서 한복이 더 많은 사람과 친밀해지기를 바라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본래 패션 업계에 종사하셨는데 한복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복을 하기 위해서 패션업에 종사했습니다. 한복을 배울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고, 일할 수 있는 곳도 매우 한정적입니다. 그리고 그 한정적인 곳마저도 제가 한복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일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한복은 결국 옷입니다. 한복을 하기 위해선 패션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3828% 펀딩을 달성할 정도로 현대인에게 사랑받는 댕기를 선보이셨는데요.
청현의 <본견 스크런치 댕기> 제작 계기와 특별한 점이 궁금합니다.


저는 한복의 많은 장신구 중에서도 유독 댕기에 많은 매력을 느꼈습니다. 아마 어릴 적 보던 드라마 <대장금>의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한복 디자이너를 꿈꾸기 시작한 후 10여 년간 그려온 제 디자인 스케치를 뒤적여보면 댕기가 참 많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애정해온 장신구예요. 청현은 일상에서도 쉽게 전통을 접하는 방법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장신구 댕기도 얼마든지 현대적이면서 편한 아이템일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면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계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본견 스크런치 댕기>는 전통적인 댕기의 모습이지만, 현대의 옷과 스타일링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전통에 많은 변화를 주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현대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청현의 디자인은 정말 창의적인데요. 다양한 컨셉의 현대 한복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시나요?


아이디어는 시선이 닿는 모든 것으로부터 얻습니다. 무엇을 보고 느끼던 한복과 연결 지어서 생각해 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엔 색감이 눈에 들어오고, ‘이런 색으로 어떤 한복을 디자인할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꽃과 나무의 잎사귀를 보면서 치마의 밑자락을 떠올리고, 현대의 패션을 보면서 한복의 현대적인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아이디어는 반짝하며 떠오르지 않습니다. 눈을 뜨고부터 감을 때까지, 모든 순간에 항상 새로운 디자인을 생각합니다.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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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9 ~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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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청현이 생각하는 한국적인 복식문화는 무엇인가요?


한국적인 복식 문화란 과거부터 거쳐온 한국만의 고유한 패션 트렌드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복식, 한복으로 특정되는 전통 복식의 모습은 무수히 많은 변형과 발전을 거쳐 현대까지 이어져 오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모습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통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닌 변화하고, 움직이는 것입니다. 가야금 연주자 고 황병기 선생님은 “옛것만 굳어졌다면 그것은 전통이라기보다 골동품이다”라고 말씀하셨다 합니다. 


지금 우리가 입는 복식도 100년 뒤, 500년 뒤에 보면 한국만의 전통적인 복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복식을 입는 것 같지만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의 패션 트렌드는 분명히 다르고, 같은 아시아에서도 각 나라마다 선호하는 패션 트렌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트렌드를 우리는 먼 훗날에 그 나라만의 고유한 복식 문화라고 해석하게 될 것입니다.


사진 청현



청현 SNS


📢 한복 전시소식

이번 주말에는 한복을 즐기세요. 월간한복이 추천하는 전시 '맥脈/락樂'

'맥脈/락樂' 전시 포스터 / 사진 한지문화산업센터 홈페이지 

우리나라 종이 '한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있습니다. <맥脈\락樂>은 한지를 의복에 반영하여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전시입니다. 한지의 고유한 특성이 라이프스타일,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현대 디자인을 만났을 때 어떠한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내는지 확인해 보세요. 본 전시는 다채로운 소재로 직물을 만들고 연구해가는 섬유 브랜드 '파이브콤마'와 삶에 꼭 필요한 100가지의 가치 있는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패션 브랜드 '차마스포츠랩'과 함께 합니다. 이번 주말까지만 진행하는 특별한 전시에서 종이를 넘어 직물로, 평면을 넘어 입체로 표현되는 한지의 놀라운 가치를 경험해 보세요.


  • 전시 기간 :  2023. 9. 19(화) ~ 10. 22(일) / 휴관 : 월요일, 공휴일(일요일 제외)
  • 관람 시간 : 10:00 - 19:00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연장 운영 10:00 - 21:00
  • 전시 장소 :  한지문화산업센터 1층 한지마루
    ⬛ 참여작가 : 차마스포츠랩(@chamasprtslab), 파이브콤마(@fivecomma_studio)
    ⬛ 기획 및 연출 : 메타포서울 (@metaphorseoul), 아엘시즌 (@al_season)
    ⬛ 그래픽 : 김현지 (@qimhyunji)

 

사진 한지문화산업센터 홈페이지

 

전시 정보 보러가기


📌 Editor's Pick

전통을 모티브로 일상에 생기를! 월간한복 에디터가 선택한 금주의 아이템을 소개합니다.

오이뮤 귤피 선향 / 사진 오이뮤 홈페이지 


천연 재료로 빚은 전통방식 인센스
좋은 향을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풀리곤 하죠. 월간한복 에디터는 인센스 마니아인데요. 인센스 스틱은 크게 죽향과 선향으로 나누어집니다. 죽향은 대나무 스틱에 향료를 입혀 만드는 형태로 우리에게 익숙한 나그참파가 해당합니다. 반면 선향은 향료만을 굳혀 만드는 한국 전통 방식의 인센스로 연기가 적게 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이뮤 선향은 느릅나무껍질, 옥수수 전분, 송진 등 천연의 재료를 반죽하였고, 국산 천연 향의 명맥을 유지해온 장인의 손으로 뽑아내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향은 달달한 느낌의 '개암', 포근한 분위기의 '백단나무' 등 다양하게 선택하실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귤피'향을 추천합니다!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 상큼한 과일 향을 채워 넣어 기분 좋은 하루를 완성해 보세요.


아이템 보러가기


한복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한복 짓는 이들의 이야기, 함께 참여해주세요!


월간한복 레터는 다양한 한복 제작자들이 생각하는 한복이 무엇인지 듣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합니다.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의 가치관과 의견을 존중하며 이해를 바탕으로 공감대를 넓혀,
적어도 어떤 범위로 규정될 수 있는 동시대의 한복에 대해 알아가고자 합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한복에 대한 궁금증이나 이야기를 듣고 싶은 한복 디자이너, 브랜드를 알려주세요.

다음 뉴스레터부터 한복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어 보내드립니다. 이후 월간한복 레터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복 이야기에 함께 참여해주세요!




발행인 Publisher

박경철 Kyoungcheol Park


뉴스레터 편집장 Editor in Chief

이경근 Gyunggeun Lee


기자 Editor

신정민 Jungmin Shin

송윤하 Yoonha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