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한복 레터 #6] 물속에서 입던 기능성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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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한복 뉴스레터 #6

  • 영화 <밀수>, 해녀가 밀수에 가담했다고?
  • 물 속에서 입는 옷, 해녀의 '물옷'
  • 전통한복맞춤 전문, <오리미 한복> 인터뷰
  • 한복 전시소식, <한복을 꺼내다>


🔎 톺아보기

영화 <밀수>, 해녀가 밀수에 가담했다고?

제주도 / 사진 월간한옥


휴가철이 마무리되고 9월이 시작됐습니다. 독자분들 모두 휴가는 잘 다녀오셨나요? 요즘은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것이 비교적 보편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해외여행은 설레는 일이지만 경계를 넘기 위해서는 익숙하지 않은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죠. 특히 짐 검사에서는 용량이 초과한 물건을 버려야 할 때도 있고, 가방을 다시 한번 보자는 말에는 가방 속 물건을 다시금 떠올리며 괜히 긴장되기도 합니다.


사람만큼이나 국가의 경계를 넘는 물건들도 절차와 확인을 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세관이 물건의 반입과 반출 가능 여부를 함께 심사하며, 필요한 경우에 세금을 징수하며 솏아 내는 역할을 하죠. 그리고 그런 세관의 눈을 피해 반입과 반출이 불가능한 물건을 옮기고, 세금 징수를 피하려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때로는 그 치밀한 방법에 놀라게 될 때도 많죠.


영화 <밀수> 예고편 캡쳐 / 배급사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실제로 세관과 밀수에 대한 실제 사건이 영화가 각색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늘 범죄자들의 타겟이 되며, 치열한 싸움을 벌이기도 하죠. 최근 개봉했던 영화 <밀수>도 그렇습니다. <밀수>는 군산 세관박물관의 1960-70년대 자료를 참고로 만들어진 영화로 당시 서해안 일대에는 생필품부터 전자제품, 금괴까지 여러 물건들이 세관의 눈을 피해 밀수되었는데, 이때 해녀가 가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죠.


밀수는 그 행위가 불법적인 만큼 위험부담이 크고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바다를 통한 일은 더욱이 그렇죠. 그래서 이 영화에 나오는 해녀의 모습에서 무언가 색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데, 보통 이런류의 범죄영화에서는 최첨단 장비와 고도의 기술자가 존재하지만 해녀는 그 자체가 최첨단 장비이자 고도의 기술자로 특별한 장비 없이 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심지어 영화 속에서는 고증을 위해 고무 잠수복도 아닌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데요.


지금은 수중에서 입을 수 있는 기능성 소재와 장비가 많아졌기 때문에 한복 잠수복은 생소하지만, 모두 실제 제주의 전통 해녀 복장을 고증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당연히 기술이 발달하며 빠르게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소재의 한계라는 여건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 봤을 때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물 속에서 입었던 한복에 대해 소개합니다.


물속에서 입던 옷, 해녀의 물옷🏊‍♀

물소중이 /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물옷(잠수복)’은 해녀들이 바다로 나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 즉 ‘물질’을 할 때 입었던 전통 의복입니다. 전통 해녀복은 하의인 물소중이와 상의인 물적삼, 머리 정돈을 위한 물수건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소중이는 제주 특유의 구성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요. 소중이는 제주 여성들이 입었던 전통 속옷으로 ‘소’는 작은 옷, ‘중이’는 홑옷을 의미합니다. 물소중이는 소중이에 어깨 끈을 달거나 가슴까지 감싸도록 만드는 등 기본 속옷을 여러 형태로 활용해 만든 작업복이라고 할 수 있죠. 이렇듯 속옷을 겉옷화했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도 착용이 가능했으며 만들기 쉬웠고, 옆이 트여있었기 때문에 편리하게 착용할 수 있었습니다. 물적삼은 한복의 홑옷인 적삼과 서양식 블라우스를 절충시켜 만든 흰 무명옷으로 추위와 햇빛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흰색을 주로 사용한 데에는 상어떼가 흰 것을 멀리하기 때문이라는 속설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물소중이와 물적삼 등은 보통 ‘무명’으로 제작합니다. 무명은 다른 천과 달리 수중에서 몸에 밀착되기 때문에 물의 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여 물질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해방 이후에는 광목에 검정물을 들여 제작했으며, 쇠붙이는 바닷물에 쉽게 녹슬었기 때문에 잠수복에 벌마작(단추)외에는 지퍼나 후크 등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구성된 물옷은 1970년 중반 고무 잠수복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이어진 해녀들의 전통 작업복이었습니다.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중 병담범주 확대 / 국립제주박물관 소장



물옷이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해녀와 물질의 역사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삼국사기』신라본기와 백제본기에는 신라에 진주가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고, 고구려 본기에는 “섭라(제주)에서 야명주(진주)”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 진주는 물질로 채취가 가능했던 만큼 물질의 시작을 삼국시대 경으로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제주 해녀와 물질에 대한 기록은 고려와 조선시대 때 유배 온 학자에 의해 기록된 바가 있는데요. 1702년 목사 이형상이 약 한 달간 제주를 시찰하며 기록한 화첩,『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1703)에 해녀의 모습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뱃놀이 모습을 그린 탐라순력도 38장 병담범주에는 흰색 옷을 입고 물질을 하고 있는 다섯 명의 해녀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은 모두 물소중이로 보이는 흰색의 물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즉 1700년대 전후에 물옷이 있었던 것임은 분명하죠. 

제주해녀문화 오사카 득별전 / 주오사카한국문화원 소장

사실, 해녀들의 물질은 공납과 착취의 역사로 유지되어왔습니다. 특히 고려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남사록』, 『탐라기년』등의 기록에는 해녀들이 나라에 받쳤던 공납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과, 잠녀들이 1년 내내 작업을 해도 관아에 바쳐야 하는 수량을 충당하지 못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해녀들이 채취한 소라, 전복, 우뭇가사리, 미역 등의 해산물은 조선시대의 진상품이었기 때문에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이유가 단순 생계유지가 아니라 부역의 의미였음을 유추할 수 있죠.  실제로 정조는 자신의 수라상에 올라온 해산물이 한겨울 해녀들이 작업한 전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입에 댈 수 없다며 상을 물리기도 했습니다. (홍재전서 弘齋全書)


과거에 천대받았던 해녀와 물질은 오늘날 국가무형문화재 제132호로, 제주 해녀의 물옷은 제주도 민속문화재 제10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억겁의 시대가 쌓여 만들어진 해녀 문화와 그들의 한복, 물옷은 맨몸으로 자연에 맞서기 위한 여성들의 지혜와 현명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장애란, 김현미.(2013).제주전통 해녀복의 구성법을 응용한 가방 디자인.한국디자인포럼,(38),103-114.)
고광민. (2019).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속의 해녀 연구. 무형유산,  6, 219-239.



📄✏️ 한국적인 것을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

오리미 한복 인터뷰

한복과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와 함께 한국적 정체성으로 정의할 수 있는 복식문화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

한국적인 것을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 이번 주는 클래식한 요소를 유지하면서 현대와의 어울림을 만들어 나가는 전통한복 브랜드 오리미 한복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사진 오리미 한복

안녕하세요. 오리미 한복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리미는 40년이 넘은 한복 공방입니다. 처음 시작은 강북에서 이곳 송파에 자리를 튼 것은 올해로 23년째 됩니다. 이런 오래된 공방은 구석구석에는 숨겨둬도 드러나는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고, 드러내지 않아도 신경을 조금만 쓰면 알 수 있는 그 집만의 색채가 있습니다.


사진 오리미 한복

오리미에서 생각하는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요.


흔히 '한국적'이라 하면 한글, 한옥, 한식, 한복 등의 유무형 문화 등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어떤 것은 이미 현시대 사람들과 호흡하지 못해 사장되기도 했으며 일부는 박물관에 있기도 합니다. 제게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것을 완성하는 덕목은 창의성이라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고여서 흐르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새로움이 보태져서 흐르는 물, 다시 말해 옛것이되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해되고 함께 호흡하는 것을 한국적인 전통으로 여기며 이를 바탕으로 만든 한복을 오리미 한복의 정체성이라 여깁니다.



사진 오리미 한복

작업 과정에서 한국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고자 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오리미의 한복은 그리 난해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간혹 실험적인 옷을 지어 디스플레이 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정체되지 않기 위한 노력입니다. 저는 원단 자체가 충분히 개성이 있으면 오롯이 그 원단의 특색을 살려 디테일 없이 만듭니다. 그러나 염두에 둘 점은 이 시대의 사람의 체형이 많이 변했고 예전 패턴과는 달라 현대적인 실루엣을 가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상님이 즐겨 쓰시던 한복의 디테일, 예를 들면 금박, 자수, 색동 등을 당연히 활용하면서도 그 형태와 색감은 현대와 잘 어우러지길 추구합니다.

 

다양한 분야에 디자인 혹은 패션이라는 동시대에서 사랑받는 큰 흐름이 있는데 한복이 이를 따라가기엔 버거운 현실입니다. 그 버거움이 늘 창작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단초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진 오리미 한복

영어로 옷을 칭하는 말은 다양합니다. Fashion, Clothing, Apperal, Uniform, Garments 등이 있죠. 최초에 신체를 가리고 보호하는 1차원적인 수단을 넘어 지금의 문화, 개성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 하나의 거대한 산업에 이르기까지 그 물리적은 형태는 비슷하지만 많은 개념이 덧붙여졌습니다.


오리미한복의 이야기처럼 전통이 현재에 살아 숨쉬기 위해서는 옷이 감싸는 인간의 신체가 변화한 것처럼 그 실루엣을 비롯해 변화할 수 있는 요소를 발견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창의성이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전통에 창의성이 더해져 새로운 쓰임을 갖게 되고, 그 쓰임 또한 단순히 입는 것에서 나아가 현대의 '예술'이라는 장르에도 포함되기도 하죠.


전통을 있는 그대로 고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법, 소재, 실루엣 등 전통적 양식 중 일부를 현대적으로 변화해 가는 방법으로 전통과 현대 그 중간 지점에 존재하는 미지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재미있는 여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리미 한복 SNS



📢 한복 전시소식

이번 주말에는 한복을 즐기세요. 월간한복이 추천하는 전시 '한복을 꺼내다' 

2023 아름지기 기획전시 / blurring boundaries : 한복을 꺼내다


재단법인 아름지기는, 한국 전통 문화의 창조적 계승을 목표로 활동하는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우리의 문화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일상이 될 수 있도록 본질을 탐구하고, 동시대의 새로운 창조력을 더하여 더 넓은 곳, 더 먼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세계문화유산 등 주요 문화유적을 보존·정비하고 역사적 장소의 보존, 활용 방안을 제시하며 더 나아가 역사문화를 콘텐츠로 하는 새로운 문화공간을 통해 내일의 문화유산을 창조합니다. 아름지기는 우리 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여 현대인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2004년부터 의식주 각 분야의 전통 장인들 및 현대작가들과의 협업 결과물을 해마다 기획전시 형태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2023 아름지기 기획전시에서는 한복 그 자체로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자연스럽게, 현대의 생활에 맞게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우리옷을 크리스티나 김, 온지음 옷공방과 함께 선보입니다. 형식에 갇혀 있던 과거의 한복을 현대의 일상으로 꺼내어, 지금 당장 입고 나가도 어색하지 않은, 이제야 비로소 느리게 ‘진화’하는 우리의 옷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전시 기간 : 2023. 9. 2(토) ~ 11. 15.(수) 화 - 일 11시 ~ 18시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 장소 : 아름지기 통의동 사옥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17)
참여 작가 : 크리스티나 킴(Christina Kim)
주최 : 재단법인 아름지기
문의 : 02- 6365-8917


전시 예매하러 가기




한복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한복 짓는 이들의 이야기, 함께 참여해주세요!


월간한복 레터는 다양한 한복 제작자들이 생각하는 한복이 무엇인지 듣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합니다.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의 가치관과 의견을 존중하며 이해를 바탕으로 공감대를 넓혀,
적어도 어떤 범위로 규정될 수 있는 동시대의 한복에 대해 알아가고자 합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한복에 대한 궁금증이나 이야기를 듣고 싶은 한복 디자이너, 브랜드를 알려주세요.

다음 뉴스레터부터 한복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어 보내드립니다. 이후 월간한복 레터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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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Publisher

박경철 Kyoungcheol Park


뉴스레터 편집장 Editor in Chief

이경근 Gyunggeun Lee


기자 Editor

권혜리 Hyeri Kwon

송윤하 Yoonha Song

신정민 Jungmin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