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오페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뉴욕 구겐하임까지 이어진 인연

<최진호 도예가>

자연 속에서 비밀스러운 색을 만드는 현대 청자


글 : 안유선

사진 : 김철성



도연명이 지은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도원은 산 속 깊은 계곡 끝, 동굴을 지나 펼쳐지는 복숭아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곳이다. 비옥한 땅에 사람들도 모두 행복한 표정으로 살아가는 이상향을 뜻하기도 한다. 강원도 영월 무릉도원길에서 작업 중인 최진호 도예가는 ‘고려 청자의 대중화’를 표방하는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도자는 유약에 따라 색이 다양하게 표현된다. 유약 배합의 작은 차이에도 결과물이 달라져 그 무엇보다 꼼꼼한 작업을 필요로 한다. 그중에서도 청자는 더욱 예민한 작업에 속한다. 최진호 작가는 푸른기를 뺀 반투명 유약을 사용해 청자유 자체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도록 하고, 실용적이면서 조형적 아름다움이 담긴 제품을 개발하는데 집중해왔다. 색감에 집중하도록 전체적인 선은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이 최진호 도예 특유의 디자인 문법으로, 식기뿐만 아니라 화병, 인센스 홀더 등 현대적 활용성을 적용한 아이템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



2021년 강원도 영월로 집과 작업실을 옮기고 부부가 함께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브랜드는 전환기를 맞이했다. 산과 물, 파란 하늘과 배추밭까지 청색의 집합소인 이곳은 정형화될 수 없는 자연의 다채로운 색감과 유기적인 형태에서 디자인의 영감을 얻는 이들에게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하루하루 피고 지는 꽃잎을 보며 컵의 형태가 꽃봉오리를 닮게 되었고, 곡선 표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또한 변화무쌍한 자연의 빛을 통해 그동안 그린에 가까운 청색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면, 앞으로 하늘색이 가미된 청자, 회색빛이 가미된 청자 등 좀 더 확장된 색을 표현하고자 하는 계획이 생겼다.

유약의 배합과 가마의 온도, 바람에 의해 변화하는 예민하고 섬세한 작업이 수반되는 이 일은 온 과정을 자연과 함께 하는 일과 같다. 이 일은 작가에게도 자연 자체가 얼마나 중요하고 큰 영향을 끼치는지 깨닫고 겸손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이 모든 상황 속에서 집중하며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잃지 않아야만 좋은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들으며 청자의 색을 표현하는 다른 단어 ‘비색’, ‘비밀스러운 색’이라는 뜻의 이 푸른색이 오늘날 이 젊은 도예가를 통해서 어떻게 확장될지 기대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