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오페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뉴욕 구겐하임까지 이어진 인연
<코모도 호텔 부산>
역사가 된 독특한 미감의 건축물
글, 사진 : 최호진
부산역에 내려 중앙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길 건너편 언덕 쪽으로 기와지붕의 높은 건물이 대로변의 건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영주고가교를 지나 민주공원 방면으로 언덕을 오르면 크고 화려한 외관을 가진 코모도 호텔을 마주하게 된다. 경사면에 있는 탓에 다른 호텔들에 비해 접근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왜 이곳에 이런 외관을 가진 호텔이 서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코모도'라는 이름은 호주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호주인 조지 프루(George Frew, 1930-2019)는 1960년대, 70년대, 80년대에 코모도어(Commodore)호텔과 모텔 체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확장했는데,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다시 활용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모도 호텔 부산의 건축가로 조지 프루의 이름이 언급되기도 하나 그가 직접 건축물을 설계했다기보다는 호텔을 짓거나 고치는 일을 기획시키고 실행시키는 사업가라고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할 것이다.
부산의 코모도 호텔 공식 홈페이지에는 1972년부터 개발을 위한 회사 설립을 시작으로 1973년 공사가 착공되었고 1976년에 '코모도 호텔'이라는 명칭을 붙이게 되었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1979년 7월 7일에 전관을 개관하게 된다. 조지 프루는 1970년대 호텔을 짓는 과정에 참여하고, 개관 시점부터는 한국인 경영자가 참여하여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호텔의 소개 자료에는 "사전적 의미로 사령관, 해군 제독을 가리키는 코모도(Commodore)는 유달리 침입이 많았던 부산을 지키는 데 일조한 이순신 장군을 상징화한 것입니다."라고 언급되어 있는데, 건립과 개관, 운영을 준비하는 과정 중 호주에서 유래한 명칭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하여 브랜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970년대에 지어진 15층 높이의 호텔 건축물은 콘크리트 구조로 되어 있으나 한국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노력한 모습들이 내·외부 전체에서 보인다. 건물 외부의 각층을 분리하는 처마는 콘크리트로 돌출되어 있고, 큰 규모의 건축물에 적용된 구조체 역시 한식 목구조나 전통건축에서 볼 수 있는 형태적 요소들로 구조와 외장을 결합했다. 1970년대 전후에 전통이라는 강제된 명분아래 콘크리트로 지어진 대부분의 공공시설은 외관에 열주와 처마선 등 건통건축 요소를 활용하여 입면 구성을 하였다. 그러나 코모도 호텔 부산은 15층으로 지어져 각 층을 구분하기도 하는 콘크리트 처마선을 두어 단조로울 수 있는 고층 건물에 시각적인 차별성과 독특한 비례감마저 보인다. 부산 중구 영주동의 언덕에 이 정도 규모의 밋밋한 콘크리트 건물이 서 있었다고 한다면 아마도 흉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코모도 호텔 부산은 과도한 외관으로 비판적인 인식도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독특한 경관을 형성하고 있는 흥미로운 건물이 된 것도 사실이다.
호텔 외부의 모습을 보며 안으로 진입하면 호텔 외부의 곳곳에 화려한 단청과 조명들이 눈길을 끈다. 로비는 천장과 벽면, 기둥까지 다양한 전통 요소들을 전용하여 단순한 콘크리트 건물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 전시 공간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이를 너무 지나치게 해석하기보다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호텔이라는 시설의 내부 공간을 꾸미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1층 로비의 동측은 부산 북항 방향인데 지금은 건물들에 가려있지만, 건립 당시에는 바다가 보였을지도 모른다. (고층의 객실에서는 서쪽으로는 민주공원, 남쪽으론은 용두산, 동쪽으로는 북항이 보인다.) 로비 동측은 2층까지 원형의 열린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의 2층에는 청사초롱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조명이 화려하게 드리워져 있다. 2층의 공간은 목조 난간을 둘러앉을 수 있는 형태로 구성하여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들로 공간의 구성과 장식을 아름답게 꾸몄다.
체크인 카운터를 지나면 엘리베이터 홀, 식당,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나오는데, 이 공간을 지나면 아치로 장식된 공간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고 2층 계단의 난간에는 용 형상의 장식을 둘러 이색적인 느낌도 든다. 많은 인테리어 요소는 한국의 전통 시대 유산들을 디자인 요소로 차용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공간을 구성하고 연결하며 세부 마감까지 모든 곳에 굉장한 공을 들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부의 객실은 시대의 요구에 맞게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목재 창호, 가구 등에서도 전통 요소를 차용한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다. 객실이 있는 층의 엘리베이터 홀, 복도, 객실 출입문 등 어느 것 하나 공을 들이지 않은 것이 없다. 오히려 어느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밋밋한 인테리어보다 관광객으로서는 볼거리가 있는 내부 공용공간과 실내공간을 코모도 호텔 부산에서는 찾아볼 수 있다.
건립 과정이나 개관 초기 사진 자료가 거의 없으나 앞으로 몇 년간 호텔에서도 자료를 계속 수집하여 호텔의 역사를 기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부 객실은 현대의 수요에 맞게 개선하지 않고 옛 모습을 남겨 클래식 룸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이 호텔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남을 수 있다. 코모도 호텔 부산은 몇 년 후 개관 50주년을 맞게 된다. 단순히 독특하다는 인상을 넘어 오래도록 역사를 쌓고 이어 나가는 부산의 명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